인천시와 지역 건설업계가 2일 발표한 인천지역 소재 공기업의 ‘지역 건설업체 하도급률’을 보면 어떻게 이 정도까지 방치가 됐는지 말문이 막힌다. 특히 인천항만공사(0.3%)를 필두로 인천도시공사(3.3%), 한국가스공사(5.4%),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본부(9.4%) 등 4곳은 ‘한 자릿수 하도급률(지난해 기준)’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물론 지역업체 하도급률 제고가 절대선은 될 수 없다. 원도급사인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왔고, 가격경쟁력도 높은) 연고가 있는 협력업체들과 일을 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다. 공기업 입장에서도 과도하게 간섭을 했다가 자칫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까지 감수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역업체 하도급률이 저조하다는 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지역 내 근로자와 자재·장비 등이 낮게 활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까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고용·생산 유발과 소비·세수 증대 등 마땅히 지역 내에서 창출돼야 할 경제적 부와 기회가 허망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채찍보다 당근에 집중하는 부산시의 경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12일 부산에서는 대형 건설사와 지역 건설업자, 각 군·구의 건축과장 등 현장 실무 책임자가 참석하는 ‘지역 건설업체 일감 확보 방안’ 간담회가 열렸다고 한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선 지역업체의 하도급률을 제고하는 방안으로 ‘용적률(건축물 총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이 논의됐다고 한다. 한마디로 지역업체의 하도급률을 높이는 기업에게 건물을 더 높게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식의 토지가치 상승효과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도 이런 사례를 도입한다면 발주 당사자인 공기업은 적극적으로 원도급사를 설득할 구실이 생기고, 대형 건설사들도 시공 비용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는 등 좀 더 긍정적인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역외 유출)를 잡아야 곳간(지역경제)을 지킬 수 있다. 지금처럼 법과 규제로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고, 시 공무원들이 현장 전체를 커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당근책을 제시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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