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구경 방사포와 단거리 발사체를 원산에서 동해상으로 지난 4일 발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발사 다음 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가 동원된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전술유도무기라고 했지만 탄도미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와 군 당국은 전술유도무기와 관련해 공식적 발표를 유보하고 있지만 러시아에서 운용 중인 이스칸데르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포함됐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이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도발 행위로 중대한 사태다. 또한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지한다’는 남북한 군사 합의를 어긴 것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단거리 발사체의 정체에 대한 군의 발표 과정을 놓고서 비판의 소리가 높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의 대응도 너무나 실망스럽다. 합동참모본부는 처음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40여 분 뒤 ‘발사체’로 수정하고, 그 다음에는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인 사거리에다 한미의 사드를 무력화할 수 있는 기종이며, 신형 방사포 또한 남쪽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군은 남북한 군사합의를 지킨다며 군사 분계선 인근에서 공중 정찰과 포격 훈련 등을 중단한 상황이다. 북이 남한 전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무기로 발사 훈련을 했음에도 북이 쏜 게 미사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감싸는 모습은 신중함을 넘어 정권의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북의 이번 도발은 대북제재 압박의 강도를 높여 가는 미국의 방식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일종의 기싸움이라 할 수 있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 표시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북이 어떤 의도를 갖고 행했든 이런 방식으로는 문제를 풀 순 없다. 또한 이번 도발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하기 어렵다.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도 중요하지만 안보리 결의와 군사합의를 위반하고 국가 안위를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행위인 만큼 강력하고도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를 북에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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