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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신록(新綠)의 계절’이자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어김없이 우리 곁에 다시 다가왔다. ‘봄’인가 했더니 벌써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으니 시로 세월의 흐름은 유수(流水)와 같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는 5월을 맞이해 앞으로의 남북한 관계를 전망해 본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국민들 상당수는 오랜 기간 경색되고 교착됐던 남북한 관계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제맛이 난다"는 말처럼 풀려서, 2000년대 초 분단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졌던 남북정상회담 이후 ‘봇물이 터지듯’ 각 방면에서 이뤄졌던 접촉과 교류, 협력 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홍빛 기대와 설렘’을 가졌을 것이다. 아니, 그 정도는 못돼도 적어도 ‘관광객 박00씨’의 피격사건으로 인해 중단됐던 남북한 관계가 어느 정도는 회복돼 헤어진 혈육이 상봉하는 이산가족의 만남이 이뤄지고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사업이 재개되는 가운데 대북 접촉이나 교류, 협력을 위한 방북이 적지 않게 이뤄질 것이라 낙관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작년 이맘때, 남북정상은 판문점에서 만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고, 남북관계 개선, 연내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분야별 회담을 열 것"을 합의했고 5월과 9월에는 ‘평양선언’을 통해 이를 좀 더 심화, 발전시키는 합의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70여 년의 분단 역사상 이뤄졌던 남북한 관계가 그러하였듯이 고장난명(孤掌難鳴), 즉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처럼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에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 채 아까운 세월만을 흘려 보내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말 제2차 북미 하노이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영변핵시설 폐기를 중심으로 한 단계적 동시적 이행’ 등을 통해 대북제재 해제 문제를 제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적이고도 완전한 북한의 핵폐기"를 주장함으로써 이른바 ‘노딜‘(No Deal)의 결과로 귀착됐다.

 이렇듯 비핵화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지게 됨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라는 큰 틀 속에서 추진됐던 남북한 관계도 그 입지(立地)가 좁아지게 됐으나,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평화통일의 기반과 토대를 구축하려고 혼신의 노력을 경주했다. 이런 정부에 대해 북한당국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할 소리를 당당히 할 것"을 요구했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미 간의 ‘동맹 19-2연습’의 잠정 결정에 대해 "북남, 조미 수뇌 상봉들에서 이룩된 합의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자 모처럼 조성된 조선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깨버리는 도발적인 망도"이라 비난하는 등 안하무인(眼下無人) 격이고 적반하장(賊反荷杖)과 같은 행태를 보임으로써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실망과 함께 공분(公憤)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듯이 섣부른 실망과 비관은, 정말 어렵게 일궈낸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등 여러 가지 합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럴수록 ‘냉철한 머리’로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 가운데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고 그 근본적 원인이 무엇이고, 해결책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70여 년간 서로 다른 정치이념과 체제의 틀 속에서 서로 대립하는 가운데 반목과 갈등, 대립과 대결적 입장과 자세를 견지해 왔던 상황을 고려한다면, 우리에게 아무리 ‘평화통일’이 중요하고 절실한 과제라 할 지라도 그 길은 절대 일시에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없고, 보다 많은 시간과 쌍방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남북한 관계의 개선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합의와 약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행과 실천이 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잠시 숨을 가다듬고 우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북한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보듬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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