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째 어버이날 식사 나눔 행사인 ‘사랑의 경로잔치’를 이어오고 있는 유홍순 쇼덴 사장(왼쪽). 지난 6일 진행된 사랑의 경로잔치에서 노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 16년째 어버이날 식사 나눔 행사인 ‘사랑의 경로잔치’를 이어오고 있는 유홍순 쇼덴 사장(왼쪽). 지난 6일 진행된 사랑의 경로잔치에서 노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제 인생의 전부가 우리 어머니예요. 어머니는 없는 살림에도 ‘평생을 베풀고 살라’고 항상 말씀하셨죠. 그 말씀을 새기며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하다 보니 어느덧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매년 돌아오는 어버이날. 이맘때 인천의 한 골목에서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어버이날을 앞둔 공휴일 점심이면 부평구 십정동 동암역 먹자골목에는 따뜻한 한 끼 식사를 기다리는 노인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곳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유홍순(62·여)씨는 8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말씀을 새기며 노인들에게 정성을 가득 담은 식사를 대접한다. 다양한 재료로 가득 찬 먹음직스러운 육개장을 비롯해 잡채, 나물, 전, 과일 등 잔칫상에 버금갈 만큼 푸짐하다. 손이 큰 유 사장이지만 음식은 금세 동 난다.

 그가 2002년부터 시작한 ‘사랑의 경로잔치’는 첫해 50명의 노인들이 참석했다. 유 사장의 음식 솜씨와 따뜻한 마음씨가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행사에는 참석자가 500명까지 늘었다. 어버이날 1주일 전부터 식재료를 공수하며 나눔을 준비하는 그는 이제 본인도 나이를 먹어 힘에 부치지만 노인들의 감사인사와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에 힘을 얻고 팔을 걷어붙인다.

 유 사장은 "어르신들께서 음식을 드시면서 해 주시는 감사인사가 때론 가슴 한쪽을 먹먹하게 할 때가 있다"며 "평소 식사가 부실하셔서 이 정도 음식에도 연신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이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사실 유 사장은 나눔 행사를 그만하려고 했다. 경기 불황을 뼈저리게 느낀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선한 마음으로 행하는 봉사지만 수백 명의 식사를 책임진다는 것은 동네에서 잘나가는 가게를 운영하는 그에게도 금전적 부담이 컸다.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에 가게 앞을 지나던 노인 두 명이 유 사장에게 대화를 걸었다. 한 노인은 유 사장의 가게가 어버이날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는 곳인지 물었다. 그때 유 사장은 ‘음식을 만들 공간이 있고, 상을 차려 드릴 공간이 있는 이 가게를 운영할 동안에는 어르신들에게 매년 어버이날 식사를 대접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도 그렇지만 우리 모두 노인이 되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것이 삶이고 인생"이라며 "모진 풍파를 겪어 오신 어르신들이 공경 받으실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니 봉사하는 것이고, 올해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나눈 분들이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꼭 다시 식사하러 오시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선한 웃음을 보였다.

장원석 기자 ston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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