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어버이날’이 왔다.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 꼭 날을 지정해 기념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세태를 비추어 보면 일정 부문 필요함을 나 스스로 공감한다. 여기에 대체공휴일로 지정된다면 자식들은 마음이 불편(?)해서라도 전화보다는 방문을, 방문보다는 여행 등 여러 행태로 부모에 대한 감사함을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공감대가 형성돼 최근 어버이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모아지고 있다.

 앞서 정부에서 정한 대체공휴일로 지정되는 법정 공휴일은 어린이날이 유일하다. 어버이날과 부처님오신날 등이 대체 공휴일에서 빠진 이유는 2013년 개정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설날과 추석 연휴 그리고 어린이날만을 대체 공휴일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모든 공휴일에 대체 공휴일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올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일인 지난달 11일과 어버이날(5월 8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두 날 모두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다.

 대체 공휴일 제도를 확대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기업의 생산 차질 우려, 해외 관광 증가로 인한 국내 관광수지 악화, 휴일 추가 근무로 인한 휴일 근로수당 부담 야기 등 휴일 수 증가에 따른 논쟁이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을 다소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 부모세대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이뤄낸 주인공들이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혹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로 2위 스위스(24.0%)의 두배가 넘을 뿐 아니라 노인 자살률도 인구 10만 명당 81.9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로 집계됐다.

 이런 부끄러운 현실 속에서 어버이날의 법정공휴일 지정은 단순히 쉬는 날을 하루 추가한다는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소외받는 노인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퇴색돼가는 어버이 봉양과 경로 사상을 확산시킬 수 있는 훌륭한 시발점으로 될 것으로 본다. 곧 우리도 가야 하는 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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