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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 등대 전경. <인천시 옹진군 제공>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주민인 박성원(63)씨에게 연평도 등대는 신혼여행지다. 박 씨는 1981년 연평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아내는 육지가 고향이었지만 박 씨 아버지의 고집으로 식장도 변변치 않은 섬에서 면사포를 썼다.

신혼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다만, 면사무소에서 빌린 지프차를 ‘웨딩카’로 삼아 섬 남서쪽에 위치한 등대로 갔다. 드레스를 걸친 아내와 양복을 차려입은 신혼부부는 등대에 올라 백년가약을 맺었다.

1960년대 중반께 등대는 마을 극장이기도 했다. 전기도 부족한 섬에 TV는 아주 귀한 가전제품이었다. 아이들은 등대지기를 위해 설치된 TV를 보기 위해 단체로 짧지 않은 거리를 달려갔다. 등대에는 자체 발전기도 있어 전기 걱정도 없었다.

서해5도 어민들의 길라잡이였던 연평도 등대는 1960년 첫 불을 밝혔다. 연평도 주민들이 직접 바닷가에서 지게로 벽돌을 날라 만들었다. 해방 이후 1960년대 후반까지 ‘조기 파시’로 이름을 알렸던 연평도 어민들의 바닷길을 밝혀 줬다. 그러나 군의 대간첩 작전 목적으로 14년 후인 1974년 불이 꺼졌다. 1963년부터 점등됐던 백령도 등대도 함께 어두워졌다. 1987년에는 등대 위쪽에 설치됐던 장비들이 철거되면서 등대 기능이 완전히 상실됐다.

연평도 주민들의 추억이 서린 연평 등대가 소등 45년 만에 다시 불을 밝힌다.

8일 옹진군과 이종명(한·비례)국회의원에 따르면 오는 17일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연평도에서 ‘연평도 등대 재점등 행사’가 진행된다. 이번 행사는 해수부와 국방부가 등대 재점등에 합의하면서 이뤄졌다. 합동참모본부는 군사작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건부로 재점등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으로 ‘서해 북방한계선 평화수역 조성’이 가시화하면서 안전한 어로활동을 위한 등대 정상화 필요성이 강조됐다. 연평도 등대는 확장된 연평도 주변 어장구역으로 한정해 1974년도 폐지 당시와 동일한 전구를 사용하게 된다.

연평도 주민들은 등대 재점등을 반기고 있다. 연평노인회장을 지낸 박태환(77)씨는 "당시는 없애지 않아도 되는 것을 이북이 가까운데 불빛이 보이는 건 좋지 않다고 해서 꺼 버렸다"며 "당연히 좋고, 안보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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