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시 공무원들은 본연의 업무보다 근무평정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두세 달 정도 걸리는 기간 때문에 ‘근평 시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시즌 공무원들은 근평을 잘 받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결과에 따라 희비(승진 여부)가 엇갈려 공무원들은 근평 시즌에 더욱 예민해진다.

이 때문에 근평에 지연 등이 작용했다며 공무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8일 시 등에 따르면 내부 게시판에 공무원들이 근평을 성토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A과 한 팀에서 5·6급 근평 1순위를 모두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 팀은 지난해 10월에도 5급 근평 1순위를 가져갔다. 특정 지역 출신 부서장이 동향인 이 팀 직원들에게 근평을 몰아준다는 것이다.

내부 게시판에는 지난해 10월 근평에 대한 불만이 글로 올라온 뒤 A과 부서장이 글쓴이를 색출하고, 직급별 단체방을 만든 뒤 사업소에 모든 직급들을 모아 놓고 겁박했다고 나와 있다.

B과 역시 특정 지역 출신 6급이 선순위 후보를 따돌리고 1순위 근평을 따내 말이 나오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내부 게시판에 근평 불만 글이 올라온 것을 그 팀에서 전산 쪽과 얘기해 삭제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이번에 또 그러니까 직원들의 불만이 너무 심해 전체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시의원은 "학연·지연 등이 근평에 반영되는 수준이 너무 심각하다"며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관행을 깨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는 시 공무원 수준이 타 시도에 비해 떨어지는 이유가 지연·학연 등이 근평에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 공무원은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높인 직원들에게 점수를 준다고 공언해 놓고 막상 근평 때는 여기저기 백을 다 동원해 압박한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라며 "조직 발전 기여나 명예를 높였으면 상응한 조치가 있어야 하지만 안 되는 쪽으로 몰다 보니 대다수 직원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서열 순으로 근평을 줬고 공정하게 평가했다"며 "조정하는 과정에서 직원들 불만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부서장은 다른 부서에 있을 때 특정 지역을 따지지 않고 일 잘하는 사람 위주로 근평을 높게 줬다"고 덧붙였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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