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팔당호 지류 경안천에 생태·역사를 테마로 한 ‘누리길’을 조성, 지역경제 활성화와 여가시설 확충에 나선다.

 9일 시에 따르면 경안천 누리길 조성사업에 국비 등 6억 원을 투입 이달 중 착공한다. 경안천 누리길은 송정동(칠사산)에서 시작해 경안천을 따라 초월읍 서하리(신익희 생가)와 퇴촌면 원당리(나눔의 집)를 잇는 5㎞ 길이의 탐방로다. 생태환경을 보호하면서도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설계된 것이 코스의 특징이다.

 칠사산 등산로와 연결되는 코스는 데크 계단을 설치해 자연스럽게 기존 경안천 소로와 이어지도록 설계, 관광객에 트래킹의 즐거움과 역사문화체험을 동시에 제공한다.

 첫 코스는 허난설헌 묘역으로 시작한다. 조선시대 중기 천재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허난설헌은 15세에 김성립과 혼인 후 가정을 등한시한 남편과 시어머니의 눈총, 두 아이를 잃은 슬픔 등으로 건강을 잃고 많은 시를 남긴 채 27세의 젊은 나이에 숨을 거뒀다. 동생 허균이 누나의 유작으로 ‘난설헌집’을 펴냈고, 중국과 일본에 간행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허난설헌의 묘는 시가인 초월읍 안동 김씨 묘역에 자리했으며, 돌림병으로 죽은 두 아이의 무덤과 같이 있다.

 탐방로 중간에는 해공 신익희 선생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생가도 있다. 해공 신익희 선생은 임시정부 수립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로 광복 후에 민주당을 창당해 대통령 후보까지 올랐다. 생가에는 당시 활동사진과 어록이 전시돼 있다.

 경안천 누리길의 경유지인 나눔의 집은 일제 강점기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의 보금자리와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이 위치해 있다. 탐방객은 이곳에서 일본군의 만행에 대한 상세한 기록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아픔을 승화시켜 그린 그림 등을 볼 수 있다.

 시는 이번 조성사업을 통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규제를 자산으로 활용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 계획이다.

 한편, 시는 서하보에서 무수리∼도마리∼광동리 경안천생태습지공원을 연결하는 2차 경안천누리길 조성사업을 국토교통부에 응모한 바 있다. 공모사업에 선정되면 시의 문화역사 인프라와 경안천의 생태환경이 어우러져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대된다.

  광주=박청교 기자 pc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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