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의 딸
 103분 / 미스터리·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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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예상하는 모든 것들을 철저하게 부술 것을 예고하는 영화 ‘에이프릴의 딸’은 수수께끼 같은 그녀, 모성보다 욕망이 앞서는 엄마 ‘에이프릴’이 거리를 두고 살아가던 17살 딸 ‘발레리아’의 임신 소식을 알고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발레리아’처럼 17살의 나이에 첫째 ‘클라라’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에이프릴’은 어린 나이에 겪는 출산 경험으로 점점 지쳐가는 ‘발레리아’를 돌보길 자처한다.

 하지만 ‘에이프릴’이 점점 더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감춰져 있던 ‘욕망’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얼굴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고 이내 아이뿐만 아니라 남자친구를 비롯한 딸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태도로 돌변한다.

 이 영화는 칸영화제 3관왕에 빛나는 미셸 프랑코 감독이 연출을 맡아 영화계의 기대감을 높여 온 작품이다. 트라우마, 폭력성, 고독과 죽음 등 인간의 어두운 존재 조건들을 한 발짝 떨어져 냉철하게 응시하는 미셸 프랑코 감독 특유의 건조하고 날카로운 스타일이 이번 영화에도 단연 돋보인다.

 특히 문제적 캐릭터인 에이프릴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질투심, 모성과 가족관계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굴레들에 대한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담아내 이미 해외에서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 작품은 제70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 수상을 시작으로 토론토국제영화제, 팜스프링스국제영화제, 취리히영화제, 스톡홀름영화제, 런던국제영화제,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멜버른국제영화제, 금마장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고 탄탄한 작품성으로 평단을 매료시키며 단숨에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또 스페인의 대배우와 멕시코의 신예 배우의 만남으로도 화제를 모은다. 엠마 수아레스는 모성보다 욕망이 앞서는 수수께끼 같은 여성 에이프릴에 도전해 연기의 지평을 한층 더 넓혔다. 에이프릴은 십대에 처음 겪는 출산 경험에 허덕이는 딸 발레리아를 자상하게 도와주다가 서서히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며 딸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쉽게 파악되지 않는 미스터리한 인물을 구현해낸 엠마 수아레스의 연기력은 스페인의 아카데미상인 고야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대배우의 위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 한 명의 주인공 안나 발레리아 베세릴은 혜성 같이 등장한 신예다. 극단에서 연기를 공부해오다 장편영화에 처음 도전장을 내민 그녀는 1997년생으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당돌한 인물 발레리아를 강렬하게 소화해냈다. 이 영화는 9일 개봉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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