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서구 가좌시립테니스장에서 만난 문경로 인천장애인테니스협회장.
▲ 인천시 서구 가좌시립테니스장에서 만난 문경로 인천장애인테니스협회장.
테니스는 일반적으로 ‘쉽게 즐기기 어려운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다. 야외 스포츠다 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고, 라켓 등 장비 마련을 위한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편이기 때문이다.

이는 장애인들에게도 그렇다. 장애인이 테니스를 하려면 일상용 휠체어 외에 운동용 휠체어가 더 필요하다. 급격한 기온 변화에 예민해 충분한 휴식은 필수다. 휠체어 보관소와 휴게공간 등 갖춰야 할 부대시설도 더 많다. 하지만 인천지역 휠체어테니스 선수들의 환경은 열악한 현실이다. 별다른 휴게공간이 없어 테니스장에 딸린 부대시설은 사실상 화장실 정도다.

테니스 선수로 시작해 지도자와 체육행정가 등을 거친 문경로(56) 인천장애인테니스협회장은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 1월 취임 당시 장애인 선수들에게 휴게 공간을 꾸며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협회에는 17명의 선수가 소속돼 있다.

최근 결혼식을 올린 문 회장은 하객들에게 답례품을 전달하는 대신 휠체어테니스 선수들을 위한 ‘통 큰 기부’를 결심했다. 기부를 위해 신혼여행 경비를 대폭 줄였고, 마음이 담긴 축의금도 차곡차곡 모았다. 이렇게 마련된 돈은 총 1천만 원에 달했다. 이 기부금은 조만간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의 승인 과정을 거쳐 인천장애인테니스협회에 지정기탁된다. 이는 모두 선수들의 번듯한 휴게 공간을 만드는 데 쓰인다.

문 회장은 "테니스장 인근의 컨테이너를 비롯해 선수들의 휴게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휠체어테니스 선수들이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테니스장, 행복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힘쓰고자 한다"며 의지를 전했다.

이 뿐 아니라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선수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산업재해 등이 인정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생활보호대상 선수들에게 협회 차원에서 20만 원씩 지원하고자 한다. 조금이라도 선수들이 걱정 없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앞으로 문 회장의 바람은 장애 여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든 마음껏 테니스를 즐기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다. 테니스 하나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는 사회다.

문경로 회장은 "오는 6월 말께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하는 어울림 테니스 대회를 열 계획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도 휠체어테니스 선수들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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