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낙후되고 정체되면 주민들은 마을에 대한 애착이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돈만 있으면 다른 마을로 떠나고 싶어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주민들이 주축이 돼 ‘살고 싶은 마을’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이 ‘도시재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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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수(50)인천시 계양구 도시재생과장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재개발·재건축이 어려운 낙후된 지역에 주민들이 원하는 기반시설과 프로그램을 만들고 마을공동체를 활성화시켜 마을에 대한 애착심과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것을 도시재생사업의 ‘제1목표’로 두고 있다.

 한 과장은 1994년 토목기술직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계양구에서만 18년째 재직 중이다. 2017년 8월부터 도시재생과장을 맡고 있다. 한 과장의 출생지는 인천시 동구 송림동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낙후된 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이러한 이유로 낙후 지역에 대한 도시 정비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한 과장에게 있어 지난해는 각별한 해였다.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계양구 효성마을이 최종 선정됐기 때문이다. 다른 지자체는 사업용역을 통해 공모를 추진했지만 계양구는 예산 부족으로 자체적으로 공모 준비를 해야만 했다. 담당 직원들은 휴일도 없이 야근하고 주민공동체와 협력해 사업 공모 신청을 진행했다. 결과는 효성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최종 선정. 타 지역의 용역공모서를 제치고 계양구 효성마을은 당당히 전국 99개소 사업 선정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도시재생사업을 용역사 없이 진행하다 보니 국토부에서도 우스갯소리로 ‘거짓말 아니냐’, ‘실태 점검해야 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며 "직원들이 공모서를 작성했기에 디자인이나 시각적인 부분은 타 지역보다 미흡했지만, 심사위원들이 계양구의 도시재생에 대한 의지와 주민의 자발적 참여 부분을 높게 봐주신 것 같다"고 전했다.

 계양구 내에서도 효성마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전체 계양지역 중에서도 가장 낙후된 곳이기 때문이다. 계양구가 자체적으로 도시 쇠퇴도를 전수조사한 결과 효성마을이 가장 높은 3등급 지역으로 나타났다. 도시 쇠퇴도는 지역 낙후성 등 기준에 따라 1~3등급으로 나뉜다. 등급도가 클수록 도시 쇠퇴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한 과장은 이러한 효성마을의 낙후성을 인식하고 도시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되기 위해 구 자체적으로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구는 지난해 4월 국토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계획 공고가 발표된 뒤 ‘도시재생추진단TF(태스크포스)’를 꾸려 체계적인 전략을 설정했다. 부족한 예산 탓에 하나부터 열까지 TF 실무진들이 세부 전략을 구성해야 했다.

 그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밤샘 근무를 하며 최선을 다해 준 직원들에게 모든 공을 돌리고 싶다"며 "동 주민센터와 사회복지과 등 유관기관도 협조를 잘 해 줘 밑바탕이 튼튼한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타 자치단체와 다르게 사업 공모를 신청하기 전 주민공동체가 구역 내 가구를 일일이 방문해 주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도 최종 선정된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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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과장은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전반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했다"며 "향후에도 최대한 주민 의견을 우선적으로 수렴해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시설이 설치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설문조사에서 주민들이 꼽은 주요 선호 시설로는 어울림복지센터, 마을사랑방, 주차장, 쌈지공원, 쉼터, 놀이터 등이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어렵게 추진한 만큼 한 과장은 사업에 남다른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역주민 간 님비(NIMBY) 양상에서 벗어나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율하고 대안을 찾아내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한 과장은 "도시재생사업은 다른 사업들과 달리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며 "주민들이 단기간의 성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을의 발전을 위해 같이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시재생사업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서울 창신지구도 10년이 넘게 사업을 진행 중이고, 선진국들도 50년을 내다보는 도시재생을 실시하고 있다. 단기적인 목표치에 매몰돼 임시방편적 처방에만 머물기보다 장기적인 도시재생을 염두에 둔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도시재생사업의 최종 목표에 대해 그는 ‘주민자치의 활성화’라고 힘주어 말했다. 주민들이 마을협동조합이나 마을관리소, 비영리단체 등을 만들어 마을을 스스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도시재생사업 완료 후 주민들의 관심도가 떨어져 원상 복구한 실패 사례들을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각 시설의 설계 발주단계부터 주민협의체와 면밀하게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한 과장은 "2022년 도시재생사업이 끝나도 주민 스스로 마을을 운영하며 수익 및 마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다각화된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10년 후 효성마을이 다른 지자체에서 답사도 오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업지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유리 인턴기자 kyr@kihoilbo.co.kr

  조미르 인턴기자 jmr@kihoilbo.co.kr

  사진=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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