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국 9개 지역 버스노조가 96.6%(경기 97.3%)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14일 최종 조정 회의 때까지 최선을 다해 교섭에 임하겠다"면서도 "임금 보전과 인력 충원, 교통 정상화를 위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등 합리적 제도 개선 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총파업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는데 따른 경제적 부작용을 누가 짊어질 것인가’에 관한 것으로 요약된다. 버스기사를 상당수 더 채용해야 하는 업체들로선 추가 비용부담과 수익성 악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버스기사들에게 ‘근무시간이 감소했으니 그에 맞춰 월급을 70만~110만 원 적게 받으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더욱이 경기도는 서울 버스 운전자와의 임금 격차(월평균 80만 원)조차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 52시간제까지 시행된다면 (외부 지원이 없는 한) 적자 노선 폐지와 버스요금 인상으로 지역 주민의 불편·부담만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물론 주 52시간제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삶의 질도 개선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워라밸(Work-life balance) 정책이다. 버스기사에게 휴식이 보장되면 그만큼 승객의 안전성이 제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에 대한 명분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 부작용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돼 있다는 것이다. 정부 책임이 크다. 노선 정리와 버스요금 인상, 임금보전 같은 첨예하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지난 1년의 유예기간을 허송세월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든 당사자임에도 오히려 ‘노선을 감축·폐지 하든가, 그게 싫으면 버스요금을 인상하라’며 지자체를 압박하는 건 자신들이 초래한 불편과 손실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비도덕적인 행위나 다름없다. 문제가 생겼으면 그 단초를 제공한 자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 세금을 쏟아붓든 유예기간을 좀 더 갖고 문제를 풀어가든 근본적인 문제는 당·정·청이 풀어야 한다. 선심 쓰듯 공약을 내걸고 일방적으로 결행했으면, 결자해지하는 게 도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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