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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살은 명백한 아동 살인

장진용 광명시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박사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5월 13일 월요일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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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진용 광명시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5월 5일은 어린이날! 이날만큼이라도 모든 어린이가 행복하고 즐거워 해야 할 날임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졌다.

 한참 재롱 피울 2살배기 딸, 4살 남아를 포함한 일가족 네 명이 가정 채무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뉴스는 이렇게 화창하고 파란 오월의 하늘 아래에서 참으로 가슴 아픈 사연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단어 ‘일가족 동반자살’(a family suicide)은 엄밀히 말하면,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다.

 아동의 삶과 죽음을 아동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부모가 아동의 생명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196개국이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부모를 포함한 어느 사람이나 법으로도 아동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을 수 없으며, 심지어 아동이 큰 잘못을 했더라도 어른과 같이 장기간 신체의 자유권을 박탈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사회복지 서비스도 선진국 못지않게 잘돼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단어가 잊혀지지 않는 것은 왜 그럴까.

 서양에서는 자녀를 포함한 가족의 동반자살 사건은 그리 많지 않고, 용어도 아동살해 후 자살 등으로 표현하는 등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과는 차이를 보인다.

 서양에서는 자녀를 더욱 독립적 존재로 인식하지만, 동양에서는 자녀를 부모의 분신 내지는 연장선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자녀와 함께 동반자살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서비스가 촘촘히 잘 정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부모 없이 이 험한 세상에서 혼자 살아갈 수 없다고 판단해 자신이 자녀의 생명까지도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통계를 볼 때, 일가족 동반자살의 원인으로는 경제문제가 가장 많고, 계절별로는 봄철에, 장소는 가정에서, 나이별로는 30대 가장이 가장 많고, 그리고 지역적으로는 경기도가 가장 많은데 우리나라 전체 건수의 약 ¼을 차지하고 있다.

 요즈음 아동학대 신고 내용을 보면, 과거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내용이 접수된다.

 예를 들면, "부모님(또는 선생님)이 저한테 욕을 했어요." "내 팔을 잡아당겼어요" 등 어른이 아이들의 옳지 않은 행동에 대해 화가 나서 할 수 있던 것조차 112에 신고를 하고 처벌을 원하고 있다.

 이처럼 아이들의 인권 감수성은 인권교육을 통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는데, 부모나 기성세대들의 인권 감수성은 옛날 자신의 어린 시절로 고착돼 있어서 흔한 말로 "나도 맞고 자랐고, 어느 정도는 합리적인 범위에서 체벌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변하기도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아동학대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아동의 생명을 부모가 결정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아동은 독립적인 존재이며, 천부적 인권을 갖고 있어 아동의 생명을 다른 사람이나 국가가 좌지우지할 수 없다.

 부모가 아동을 극단적 선택에 포함하는 것은 명백한 살인행위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기 전에 광명시 무한돌봄센터나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한 번이라도 연락했었다면 이런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슴 깊이 스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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