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2년 차를 맞는 이주영(가명, 36·여)씨는 최근 근심이 하나 늘었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에 이사 온 친구들이 기존 지역에 살던 또래들을 ‘빌라거지’ 등으로 부르며 놀린다는 사실을 친한 학부모에게서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지어진 지 30년 가까이 되는 수원지역 한 노후 빌라에 거주 중인데, 그 지역 택지개발지구 조성이 완료되면서 장남(초등 3년)이 다니는 학교에도 전학생들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 씨는 자녀에게 비슷한 일을 당한 적이 있는지 물어봤고, 같은 반 친구에게서 "너희 아버지 죽었느냐?"라는 질문을 들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씨는 남편과의 이혼 사실을 주변에 얘기하기 싫어 학부모 모임에서 남편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를 이상하게 여긴 다른 엄마들이 자녀에게도 이러한 얘기를 꺼냈는지 장남에게 물어봤던 것으로 보였다.

최근 그는 아동상담센터에서를 찾아 조언을 들은 후 자녀에게 조심스럽게 부모가 이혼한 사실을 알리고, 혹시나 아이가 받을 심리적 충격을 우려해 주의 깊게 자녀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이 씨는 "부모의 이혼으로 자녀들이 받을 상처가 얼마나 깊을지 몰라 고민이 많은데, 상담할 데도 마땅치 않고 도움을 받을 만한 기관과의 연계도 쉽지 않다"며 "괜히 한부모가정 아이라고 차별을 받을까 봐 어디에 얘기도 못하겠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호소했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18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부모가정 자녀가 동네나 이웃 주민에게 차별을 받은 경험은 1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4.4%보다 3.6%p 증가했다.

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동네나 이웃 주민 17.4%, 학교나 보육시설 17.2%, 가족 및 친척 16.5% 등 순으로 차별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자 한부모가정은 불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염려에서 자신이 한부모임을 밝히기를 꺼리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의 경제·의료적 지원은 요원한 실정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저소득 한부모가정의 경우 의료급여를 지원하고 있지만 한부모가정만 따로 나가는 의료 혜택은 없다"며 "임대주택 등 주거지원의 경우도 지자체가 아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장민경 인턴기자 jm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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