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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도시의 수많은 공간을 핏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도로망을 따라 가로수가 심어져 있다. 자동차가 다니고 사람들이 이동하는 도로에 가로수가 없다면 도시는 지금보다 더 삭막해질 것이다. 사람들이 붐비는 복잡한 광장이나 일부 상업지역에서는 여건상 가로수를 심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늘 다니는 일반도로에는 어김없이 가로수가 심어진다.

 프랑스 절대 왕정시대에 도심과 외곽을 연결하는 넓은 도로를 중심으로 한 파리 도시계획 방식은 현대 도시계획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고 이때 조성된 대규모 정형식 정원에서 커다란 나무들을 도열하듯 심는 방식이 가로수 식재로 이어졌다고 한다. 따라서 가로수 식재는 자연 발생적인 도시에서 정형화된 형태로 자리 잡아갈 때 도시에 질서를 부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정형식 정원에서 가로수가 시작됐기 때문에 하나의 노선에는 하나의 수종이 동일하게 심어지는 것이 좋고 심어진 나무들도 비슷한 모양을 갖는 것이 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주게 된다.

 인천의 가로수길을 답사해 보면 아름다운 메타세콰이어길, 벚나무길, 느티나무길 등 잘 정비된 곳도 많지만 반대로 종합적인 정비가 필요한 곳도 많아 보인다. 우선적으로는 하나의 노선에는 한 종으로 통일성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중앙분리대 녹지에도 적용된다. 그리고 도로와 인도폭이 좁은 곳에는 크게 자라지 않는 수종을 선택하고 여유공간이 넓은 곳은 느티나무나 메타세쿼이아 등 크게 자랄 수 있는 수종을 선택하면 좋겠다. 특히 인도폭이 협소한 곳에 심어진 프라타너스나 목백합나무는 다른 수종으로 대체할 시점이 된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나무의 모양인 수형의 통일성을 갖추면 좋겠다. 인천에 가장 많이 심어진 수종은 은행나무인데 하나의 노선에 긴삼각형, 삼각형, 원형, 반원형 등 제각각인 형태로 자라는 경우도 있다. 도로변 가로수의 수형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나무의 아름다운 모양이 아니라 가로수가 전선에 닿아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이다. 따라서 어린나무를 심었을 때는 긴삼각형인데, 관리를 잘 할 경우에는 삼각형에 가까워지다가 나무가 오래되면 키가 커져서 전선에 닿게 되는데 이때 상단부만을 강하게 잘라내면 원형에 가깝게 된다. 그리고 원형에 가까워진 나무가 나이가 들면 하부 가지가 약해지는데 상부는 여전히 전선 때문에 계속 자르다 보면 반원형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같은 노선에 여러 형태의 은행나무가 자라게 된다.

 가로수 수형으로 고민하던 차에 한전을 방문해 전신주와 전선의 높이에 대해 문의한 적이 있는데 도심에 세워지는 전신주 길이는 16m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16m 전신주에서 일부가 땅에 묻힘으로 지상으로부터 13m 높이에 고압전선이 지나가게 되는데 이 고압전선으로부터 최소 1m, 기본 3m 이상의 여유공간을 확보해야 함으로 전선이 있는 곳의 가로수 높이는 최대 12m까지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나무가 자라서 최대 높이인 12m에 가까워지면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나무의 키를 줄이는 전정작업이 필요해진다. 이때 한전과 각 구청에서 수형관리에 대한 고민이 부족할 경우 가로수의 모양은 불량하게 변하게 된다.

 전선이 있는 곳에서 가로수 키의 최대값과 최소값을 정할 필요가 있으며 최대 키에서 최소 키로 줄어들 때 수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몇 년 단위로 수형을 관리할지, 어떤 모양으로 수형을 만들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즉, 주요 수종에 대한 표준 관리 모델을 개발해 가로수 관리 주체들 사이의 소통을 원활히 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 수목이 사고로 죽거나 병충해 발생 등으로 교체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기존 수목의 크기와 수형에 가까운 가로수 수목을 별도의 양묘장에서 키우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외부 관광객이 우리 도시를 찾게 될 때나 일상에서 이동하는 시민들이 체감하는 도시의 경관에서 가로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가로수를 잘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쁜 모양으로 잘 가꾸는 것도 도시 이미지 관리에서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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