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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인천의 같은 장소를 놓고 다른 생각들이 넘쳐난다.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인천의 곳곳이 개발과 재건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원도심을 바꾸기 위해 계획도 많고 생각도 많다. 도시재생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동유럽의 국가 중에서 신시가지는 신시가지로의 모습이, 구시가지는 구시가지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이끈다. 이상한 곳을 만들지 말고.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모습이 조화를 이루는 곳을 벤치마킹하고 계획에 반영했음 한다. 도시재생은 말 그대로 도시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느릿하게 걸으며 볼 곳도 있어야 하고, 먹을 것도, 앉아서 담소하는 곳도 있는 것이 동네이며 도시여야 한다.

 인천의 도시재생은 정치권, 비정치권, 시민단체, 문화단체 등 생각들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정치권이 바뀔 때마다 계획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들이 달라지고 있다. 북성부두를 지키자는 사람들과 매립하자는 사람들, 인천의 명소라 해놓고 이해 당사자의 입장으로 갈라서서 상대편을 압박한다.

 서울 세운상가는 인공위성까지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장인들이 많았었고, 그들의 문화가 배어 있는 곳이지만 지금은 재개발시행 때마다 사라지고 있다. 그곳을 지키자는 상인들이 만든 비상대책위는 시행사로부터 매주 내용증명과 손해배상에 관한 통보를 받는다고 한다. 퇴거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시행사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한다. 견디다 못해 땅을 팔아도 어디 가서 전세도 얻지 못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그 지역을 떠나고 있다. 손해배상 소송 금액이 꽤 크게 걸린 업체는 소송을 취하해준다는 조건으로 나가게 된다. 사업시행 인가가 이뤄진 지역의 사람들 이야기다.

 동구의 배다리 마을도 관(官)의 행정과 지키려는 사람들과 갈등이 오래된 지역이다. 같은 장소를 놓고 생각이 너무 다르다. 누구를 위한 생각일까, 주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일까. 배다리의 역사는 지켜야 하지만 수년째 일방적인 생각으로 갈등만 남아간다. 그냥 사람이 사는 동네에서 동네 한 바퀴를 구상하는 계획처럼 하면 안되는 걸까. 거창한 랜드마크를 만들지 않아도 역사의 때가 차곡차곡 배어서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가면 안되는지 고민하게 된다. 소통이라 말하면서 불통을 한다고 하는데, 협의를 했다 하면서 일방적 계획이 아닌 지도 고민해 보자.

 체코 구시가지의 천문시계탑은 여러 번의 수리를 거치면서 세월을 이겨가고 있고, 사람들은 매 시간을 보면서 시계탑 앞으로 모여든다. 그 옆에는 구시가지 광장이 조화를 이룬다. 크로아티아(자그레브)도, 영국(에든버러)에도, 캐나다에도, 스페인(비르셀로나)에도 우리보다 오래된 도시가 그 역사와 이야기를 가지고 관광객을 맞는다. 다른 나라도 생각이 우리와 다른 것은 아니지만 같은 갈등을 잘 이겨내고 신구 시가지가 조화를 이룬다는 점을 기억하자. 캐나다의 시청 앞 광장은 몬트리올 현지 음악가와 예술가들이 모이는 곳 중 하나이며,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단다.

 우리가 사는 도시도 그렇게 하면 안될까. 자신들의 이익만을 좇아서 일관성 없는 정책에 찬성하거나 반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시민단체, 문화단체, 관에서도 다시 한 번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도시재생을 검토해 보자.

 같은 공간을 너무 다른 생각에서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인천을 만들어 가자, 둥지 내몰림(젠트리피테이션)으로 세운상가의 재개발이 인천에서도 일어날 수 있으며, 떠나는 마을주민의 마음을 다치고 관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 않는 지 천천히 살펴 가면서 진행하자. 서울 강남의 청담동, 경리단길, 이태원의 골목 등이 둥지 내몰림으로 빈 상점이 늘어나는 경우를 교훈 삼아, 느려도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도시재생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동네 한 바퀴에, 추억을 담고 내 삶을 확인하는 공간도시 인천에는 오월동주(吳越同舟)가 아닌, 사람을 위한 다른 생각이 하나가 됐으면 한다. 다시 한 번 꿈꿔본다 민관협치(民官協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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