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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판의 바늘귀

원현린 주필(主筆)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5월 15일 수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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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현린 주필
강화도의 한 사찰에 걸려있는 ‘바늘귀’라는 제하에 쓰여진 불교 경전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옮겨 적어 본다.

 "어떤 사람이 평지에 바늘을 꽂아놓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에 올라 실오라기 하나를 던집니다. 이때 실오라기가 그 바늘 귀에 꿰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 바른 진리를 만나는 것은 바람에 날린 실오라기가 바늘귀에 꿰이는 정도로 희유하고 귀하며 소중한 인연입니다"라는 내용이다.

 본란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맹구우목(盲龜遇木)이야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디넓은 바닷속에 사는 눈먼 거북이가 있다. 이 거북은 100년에 한 번씩 해면위로 올라와 숨을 쉬고 다시 바닷속으로 내려가곤 한다. 소경 거북이가 하늘을 보고 숨을 쉬기 위해 해수면으로 올라왔을 때 마침 대양을 떠다니던 구멍 뚫린 나무 판자를 만나 그 위에 올라 앉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내려가는 거북이가 있다는 얘기다. 눈먼 거북이가 바다 한복판에서 구멍 뚫린 나무판자를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

 우리가 만남의 인연을 말할 때 자주 예로 드는 이야기다. 두 이야기 모두 비슷한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성싶다. 인간으로 태어나기가 희귀하니 만큼 만남의 인연 또한 이처럼 귀중하게 여기자는 의미일 게다.

 소중한 만남의 인연을 표현하는 비유는 많다. 섬개투침(纖芥投鍼)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귀중한 만남의 인연은 하늘에서 겨자씨를 떨어뜨려 땅에 세워져 있는 바늘 끝에 꽂히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는 말이다.

 실오라기가 바늘귀에 꿰일 확률과 맹구가 나무판자를 만날 확률, 공중에서 낙하한 작디작은 겨자씨가 바늘 끝에 꽂힐 가능성은 모두가 기대할 수 없는 일들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 희귀한 만남의 확률을 믿는다.

 우리는 만남의 인연을 매우 길고 오랜 세월을 나타내는 ‘겁(劫·kalpa)’이라는 시간의 단위를 들어 비유하곤 한다. 겁은 반석겁(磐石劫)과 개자겁(芥子劫)으로 설명을 한다. 반석겁은, 사방 길이와 높이가 40리에 달하는 바위가 있다. 이 바위를 비단옷을 걸친 선녀가 100년에 한 번씩 날아와 스쳐 지나가곤 하여 다 닳아 없어지는 세월을 말한다. 개자겁은, 사방 40리에 달하는 성곽이 있다. 이 성곽 안에 작은 것의 상징인 겨자씨가 가득 채워져 있는데 새 한 마리가 100년에 한 번씩 날아와 한 개씩 물어가 다 없어지는 세월을 말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는데 이 옷깃 한 번 스치는 인연도 500겁이 지나야 이루어지는 관계라고 한다. 이처럼 귀중한 인연으로 만난 시절인연들이다. 이 얼마나 소중한 인연이 아닌가.

 인연의 정도를 겁의 수로 나타내기도 한다. 나열해 본다. 1천 겁은 한 나라에 태어 나는 인연이다. 2천 겁은 하루동안 길을 동행하는 인연이다. 3천 겁은 하룻밤을 한집에서 잠을 자는 인연이다. 4천 겁은 한 민족으로 태어나는 인연이다. 5천 겁은 한 동네에 태어나는 인연이다. 6천 겁은 하룻밤을 같이 자는 인연이다. 7천 겁은 부부가 되는 인연이다. 8천 겁은 부모와 자식이 되는 인연이다. 9천 겁은 형제 자매가 되는 인연이다. 1만 겁은 스승과 제자가 되는 인연이라 한다.

 지난 5일 어린이날에 이어 8일 어버이날, 12일(음력 4월 8일)은 부처님오신날이었고 15일은 스승의날이다. 오는 21일은 부부의 날이기도 하다. 이렇듯 5월은 기념일이 아닌 날이 없을 정도다. 가히 가정의 달이라고 할 만하다.

 오늘은 스승의날이다. 스승과 제자의 만남을 1만 겁이라 했다. 스승을 정신의 부모로 보았기 때문이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인도(人道)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그러니 스승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사도(師道)인들 온전할 리가 없다. 추락한 사도를 바로 세워야 하겠다. 스승의날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가정의 달을 맞아 미움과 반목보다는 귀하고 귀한 인연들을 잊지말고 돈독하고 화목하게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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