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어떤 갈등이 생겼을 때 사안이 좀 무겁다 싶으면 관리자들은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 우리한테 힘을 실어주지도 않고 그 학부모 쪽에 실어주지도 않고 중간에 있으면서 ‘야, 네가 어떻게든 좀 잘 해 봐’ 이런 식의 상황을 줄타기한다. 알아서 해결해 주는 부분은 전혀 없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최근 펴낸 ‘교사 직무 스트레스 실태 및 경감방안 연구보고서’(보고서)에 실린 도내 A중학교 교사의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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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CG). /사진 = 연합뉴스
 이 보고서에는 대학입시와 관련해 학부모의 과도한 요구 및 간섭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 시즌이 오면 과도한 느낌으로 와요. ‘생기부 작성에 있어서 A반 담임교사는 이렇게, 이렇게 가득 채워 주는 식으로 적어 줬더라’, ‘지난해 우리 애 담임선생은 몇 장을 써 줬다’ 등 이렇게 압력이 와요."

이처럼 경기도내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교사들은 학부모 민원이나 무리한 요구로 인해 심리적으로 큰 압박감을 받고 있다.

보고서에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의 1순위로 꼽힌 것도 ‘학부모와의 관계’였다. 특히 교사들은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했을 때 학교 관리자들이 교사에게 처리를 떠맡기다 보니 스스로 위축된 채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학부모 심기를 건드리는 방식으로 대처하다가 항의가 들어오면 교육청 감사 등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담당 교사와 다른 학생의 몫이다. 교실 면학분위기를 흐트러뜨리거나 교사의 정당한 요구에 대드는 학생이 나와도 학부모 민원이 우려돼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도내 교권침해 상황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인식은 낮다. 이 보고서에서 학생 32.9%, 학부모 13.0%가 ‘교권침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답하는 등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교내에서 학부모에게 민원이 접수되면 교사 혼자 책임져야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보니 교사로서의 자존감 저하와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다"며 "교육청과 학교 관리자, 학부모가 교사의 조력자로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어떠한 문제라도 풀어나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권침해 예방을 위해 교사·학부모·학생을 대상으로 인식 개선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며 "교권침해 시 해당 교사는 심리상담 및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장민경 인턴기자 jm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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