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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 - 영웅의 본색

김진형 동국대 강사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5월 17일 금요일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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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코트와 선글라스, 담배와 입에 문 성냥개비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한 남성이 눈앞에 나타난다. 배우 주윤발이다. 표준 중국어 발음에 따르면 저우룬파(周潤發)라고 쓰는 게 맞겠지만, 저우룬파는 그 시절 전 국민이 열광했던 주윤발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의 대표작 ‘영웅본색’은 주윤발의 매력을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킨 작품이자 1980년대 홍콩 누아르(범죄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아시아 전역을 흔들었던 홍콩 누아르는 무협물의 현대 버전이기도 하다. 검 대신 쌍권총을, 도포 자락이 아닌 롱 코트를 펄럭이며 화려하게 펼쳐지는 액션 장면 속에서도 강호의 의리를 중시하며 권선징악이 우선시 된다.

 영화는 조직에 몸담고 있는 형 송자호(적룡 분)와 모범생으로 자라 경찰이 된 동생 송자걸(장국영)의 갈등과 범죄집단에서 손을 씻으려는 형의 이야기를 주요 골자로 한다.

 자호의 의형제인 마크(주윤발)는 사실 이 작품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가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기억되는 까닭은 위조지폐를 태워 담뱃불을 붙이고 적을 향해 쌍권총을 뽑아 들고 난사하는 폼 나는 액션 장면과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사나이인 동시에 고독하고 진지한 모습과는 상반되는 귀여운 장난기, 카리스마가 폭발하는 분노에 찬 모습까지 모순적이며 다채로운 심리를 탁월한 연기력으로 소화했기 때문이다.

 감독 오우삼은 주윤발을 캐스팅한 까닭으로 "그는 따뜻한 마음씨와 현대적인 기사도의 풍모를 느끼게 하는 사람이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용기와 예의, 염치와 명예를 이상으로 삼은 중세의 기사나 강호의 영웅들처럼 마크의 모습은 시대가 변해도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를 재확인시켜 줬다.

 세기말을 풍미한 은막의 영웅은 2018년 연말 따뜻한 소식으로 세상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힌 것이다. 한화로 약 8천100억이라는 거금을 세상을 떠난 뒤 환원하겠다는 소신을 전하며 "그 돈은 내 돈이 아니라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뿐이다. 돈은 행복의 원천이 아니다. 내 꿈은 내면의 평화를 찾아 행복해지는 것이고 보통 사람이 되는 것"이라 말했다.

 도서관 건립과 같은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언제 어디서든 팬들이 원하면 흔쾌히 사진을 찍어 주는 소탈하고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글자 그대로 ‘영웅본색(英雄本色)’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비록 요즘 유행하는 슈퍼 히어로들처럼 초인간적인 힘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세상에 온기를 전해주는 사람,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용기 있게 나설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참된 영웅의 본색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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