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관개선 사업에 참여한 한 건물 화분거치대에 창문이 걸려 화분을 올려놓을 수 없는 설계 하자가 발생한 모습(왼쪽)과 건물 외벽 타일이 파벽돌로 교체되고 있는 모습.  <스페이스빔 제공>
▲ 경관개선 사업에 참여한 한 건물 화분거치대에 창문이 걸려 화분을 올려놓을 수 없는 설계 하자가 발생한 모습(왼쪽)과 건물 외벽 타일이 벽돌로 교체되고 있는 모습. <스페이스빔 제공>

# 배다리마을 경관개선사업에 참여한 주민 A씨는 상심이 크다. 설계 과정서 옥상 난간 물결무늬와 벽타일 옥색을 살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시공업체 측은 철재로 온통 덮을 요량이었다. A씨가 항의하며 고성이 오고가자 업체는 공사를 중단, 기초 작업에 사용된 철재 각파이프 변상을 요구했다. 결국 업체 주장을 수용했고, 36년 가꿔온 집은 옛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 배다리마을 한 건물에 입주해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파사드 사업 후 당혹감을 느꼈다. 밖으로 여닫는 프로젝트 창문 외벽에 화분 거치대가 설치되는 설계 하자가 발생한 탓이다. 거치대 난간에 창문이 걸려 화분을 올려 놓을 수 없다. 게다가 창틀 주위 마감자재로 물에 약한 파티클보드(PB판)를 사용해 비라도 오는 날이면 창문을 열 엄두를 내지 못한다.

동구 배다리 외관 파사드 경관개선사업에 참여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사업은 2018년 4월 시작돼 배다리 헌책 방 골목에서 세무서 도로변까지 약 1.5㎞ 구간 동안 노후화된 건물의 경관을 개선한다.

16일 구에 따르면 이 지역 총 112개 건물 중 30개 건물주들의 신청을 받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국비 5억5천만 원, 시비 5억5천만 원을 합쳐 총 11억 원이다. 공사비용의 20%는 건물주가 부담한다. 주민들은 해당 사업이 시공업체의 획일화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구가 손을 놓고있다고 호소한다. 설계와 공사 과정에서 업체와 협의를 거치지만 구의 중재가 없다면 적극적인 주문이 힘들다. 마을 구성원 대부분이 고령자이고 건축분야의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업 방향이 주거환경 보다는 경관개선에 맞춰 있어 주민의 삶 보다 관광객의 눈요기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 9일 배다리 위원회는 경관개선사업 잠정 중단과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구는 17일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개선 방안을 함께 마련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한다.

한 주민은 "구청에서 하는 사업이라 길래 믿고 참여했는데, 업체와 갈등이 깊어지자 오히려 나를 까다로운 사람으로 취급했다"며 "다른 주민들도 불만을 갖고 있지만 지원받아서 참여하는 사업이니 아쉬운 소리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최초 설계단계에서 주민에게 견적서와 도안을 전달하고 서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갈등이 있을 경우에는 조율에 나서 주민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사례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유리 인턴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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