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국회에 방치된 계류 의안이 1만4천 건에 달하고, 본회의 처리 의안은 지난해 690건의 ¼에도 미치지 못하는 162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처리 의안 690건 또한 당시 국회의장이던 정세균 의장이 법안 처리 성과가 좋지 않아 죄송하다며 세비를 자진 반납했던 수치임을 감안하면 더 이상 할 말을 잊게 한다. 국회의원으로서 가장 기본 업무인 법안 심의를 도외시 했음은 물론이고 역대 최악 국회라는 오명을 남기게 될 상황에서도 세비만은 꼬박꼬박 챙기는 후안무치한 행태에 국민은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올해 들어 열린 본회의 개최 수는 3건이고 본회의가 열린 것도 고작 10번이다.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인 것이다. 더욱이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4월 임시국회는 본회의는 물론 개회식도 열지 못하고 끝났고, 5월 임시국회 소집도 아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20일 저녁 시간 ‘호프타임’을 갖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는 소식이다. 이번 3자 회동은 20대 국회 4년 차 여야 원내지도부 선출이 모두 마무리된 후 처음 마련된 자리이다. 회동을 계기로 5월 임시국회 소집과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등에 대한 합의점이 도출될지 주목되고 있다.

이번 호프타임이 곧장 국회 정상화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자주 만나다 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이번 만남을 많은 국민이 눈 여겨 보고 있음을 회동 당사자는 물론 정치권은 무겁게 느껴야 할 것이다. 지금 대내외적으로 처한 상황이 매우 엄혹하다. 그럼에도 여야는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들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고, 추경예산안이 제출된 지도 오래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거대 양당으로서의 난국을 함께 극복해 나갈 책무가 있다.

 민주당은 여당으로서 정부와 공동으로 국정운영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 하고, 한국당 또한 제1야당으로서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안 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다면 당리당략이 아닌 국민의 편이 돼 국회 정상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싸우더라도 일단 국회는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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