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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옥봉 남양주문화원 사무국장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남양주시에는 역사적 인물과 별서지(別墅址)가 상당히 많이 자리잡고 있다. 그 중 남양주 화도읍 가오실 마을의 경우 조선말 개화파 문신 귤산 이유원의 별서지이자, 독립운동자 이석영 선생이 살았던 역사적 의미가 높은 지역이다.

 이석영 선생의 양아버지인 이유원은 조선 말 영의정으로 혼란스러운 국가 변혁기를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전권대신으로 1882년 제물포조약을 체결한 인물이 바로 그다.

 오성과 한음 중 오성 이항복 선생이 이석영 선생의 10대조이다. 백사 이항복 선생은 권율 장군의 사위로서, 집안으로 보면 삼한갑족(三韓甲族; 대대로 문벌이 높은 집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명문가라 할 수 있다.

 이석영 선생과 동생인 우당 이회영 등 6형제는 전 재산을 처분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독립운동에 헌신한 집안 모두가 뛰어든 것으로 유명하다.

 봉오동 전투, 청산리 대첩 등 수많은 전투에서 신흥무관학교 졸업생들은 중심적 역할을 한다. 대한독립의 군사적 초석을 이석영 선생 형제가 놓은 셈이다.

 이석영 선생이 이를 위해 매각한 남양주 가곡리 일대 소유 전답과 형제들의 서울 혜화동 땅은 당시 엽전 26가마 분량으로 엄청난 가치를 가졌다고 한다. 지금의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500억 원이 넘는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이다.

 어려운 시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정확히 실천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재산을 다 바친 이석영 선생은 안타깝게도 조국의 독립을 못 본 채 ‘굶주려’ 별세한다. 더욱 원통한 것이 버려지듯 중국 땅, 공동묘지에 묻히고 말았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지금에서야 우리 남양주의 독립운동가를 조명하는 것이 애석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현재로 돌아와 최근 홍유릉 앞 옛 목화예식장 건물이 이슈로 떠올랐다. 시는 옛 목화예식장 건물을 철거하고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시민도 있을 것이다. 홍유릉은 나라를 잃고 원통하게 잠든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가 잠들어 계신 역사적 공간이다. 그만큼 철거가 진행 중인 옛 목화예식장 철거현장 가림막에는 ‘상처, 그리고 다짐’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다. 새롭게 조성되는 역사문화공원이 나라를 빼앗긴 아픔과 상처를 되새기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적어 놓은 게 아닌가 한다. 독립운동을 위해 가문의 전 재산을 바친 이석영 선생 등 독립운동가의 다짐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또 왜곡된 역사의식을 바로잡고 새로운 100년을 함께 만들어 가자는 우리 모두의 다짐이기도 할 것이다.

 남양주는 독립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분들이 100여 분이 넘을 만큼 애국정신이 강한 지역이다.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리고 교육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역사문화공원이 조성된다면 매우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그만큼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역사적 의미를 담은, 철학이 있는 공간으로 조성돼 우리 시민들이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최대한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남양주문화원도 독립운동가 이석영 선생의 뮤지컬을 제작, 공연을 앞두고 있다. 다른 형제들에 가려진 독립운동가로서 선생의 희생과 헌신을 이제라도 제대로 알릴 수 있어 감격스러운 마음이다. 과거의 역사는 우리가 갖고자 하는 미래의 방향을 제시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명언을 되새기며 우리 모두가 한 번 더 ‘독립’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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