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스트레스, 누구나 겪는 일이다. 하지만 이를 떨쳐내지 못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크다. 불안과 스트레스는 애, 어른 할 것 없이 찾아 온다. 종교인은 신앙과 교리에 바탕해 이를 극복하고 서민은 오감각적 자극이나 저렴한 유희, 지인과 가족의 정(情) 등을 통해 이를 떨쳐내기도 한다. 개별적으로 어떤 방식을 쓰던 간에 위법하지 않은 선에서 불안과 스트레스를 이겨 낼 수 있다면, 그리고 거의 폭발하지 않는 낮은 수준에서 이 두 가지를 묶어 둘 수 있다면 더 할 나위가 없다. 삶은 어쨌든 살아가야 하니까. 불안과 스트레스는 어린시절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의 경우 대표적인 불안장애가 분리불안이다. 자신을 24시간 돌봐 주는 부모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부모와 떨어졌을 때 자신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까봐 불안해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모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며 불안해 한다. ‘투사’ 현상인데 자신의 감정을 부모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생길 위험을 부모에게 돌려 놓는 식이다. 왜냐하면 부모와 떨어졌을 때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안 좋은 일을 상상하면 심리적으로 견디기가 힘들어 이를 부모에게 돌려 놓고 ‘견딜 만한 불안’으로 바꾸는 것이다. ‘엄마가 다칠 것 같아’, ‘아빠가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 등이 대표적 언급이다. 어떻게 치유할까. 심리학자들은 약속 지키기와 웃으며 말하기, 부모의 우선적 안정 등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약속을 정확하게 반복적으로 지키는 것이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다시 만난다는 패턴을 지속적으로 확인시켜 주는 식이다. 이를 통해 부모의 언행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쌓이고 아이도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 그렇다면 성인의 경우는 어떤가. 성인의 불안과 스트레스도 정확한 약속 지키기를 통한 상호신뢰의 구축으로 치유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정신적 상처인 트라우마는 재해와 재난에서 온 경우를 차치(且置)하고 가족의 비애를 비롯해 사업과 직장생활의 실패, 남녀 간의 부정한 결별 등으로 생긴 처절한 일상의 파탄이다. 이 파탄의 공통점은 믿음과 신뢰의 일방적 저버림이며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약속을 어긴 쪽에서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오랜 기간 보여 줄 때 그나마 작은 치유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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