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재정 확대 방침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며,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적극적 재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예산은 결코 소모성 지출이 아니다"라며 "경제·사회의 구조 개선을 위한 선투자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지칭한 혁신적 포용국가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현실에 대해선 공감이 간다. 투자 위축, 고용 악화, 소득 양극화, 수출 감소, 소비 침체 등 어느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다. 경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국민들은 민생고에 허덕인다. 이런 시기에는 총수요 확장을 통해 직접적으로 국민소득을 증가시키는 재정 확대가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은 두 가지 이유에서 비관적이다. 하나는 작금의 위기가 경기 순환적 요인보다 경제 구조적 요인에 의한 영향이 크다는 데 있다. 순환적 요인이라면 적극적인 재정이 경기회복에 효과적이나, 구조적 요인이라면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는 소모성 지출로 전락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가 겪는 위기의 대부분은 소득주도성장 같은 잘못된 정책들의 후유증이다. 현 정부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규제개선과 노동개혁, 구조조정 등 마땅히 처리돼야 할 국가 과제들이 방치돼 온 것도 재정확대 무용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재정’이라는 비료를 주려면 ‘제도 개선’이라는 개토 작업부터 하는 게 순서다. 충분한 검토와 면밀한 계획 없이 임기응변적으로 재정을 집행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 2년간 정부의 모습이 그러했다. 재정확대 목적은 경기부양을 통해 성장률을 견인하는 것이다. 이것이 선심성·정치성 지출로 변질되면, 재정 자체가 탄력성을 잃고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재정 경직화’ 현상이 일어난다. 여기에다 인기 없는 고통스러운 정책은 피한 채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데만 집중하는 ‘재정 중독’까지 걸릴 경우,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면서 나라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답은 이날 문 대통령이 언급한 메시지에 담겨 있다. "필요한 곳에 쓰되 불필요한 낭비를 과감히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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