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유일하게 민간공항이 없는 경기도민의 항공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해 신규 민간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민들이 비행기를 타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도로 위에서 허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도시가 밀집해 있는 경기남부권에 신공항 건설을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실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5-2.jpg
▲ 경기남부 신공항 조성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화성시 화옹지구 전경.
# 머나먼 공항 가는 길

 "해외 출장을 자주 가는데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공항까지 거리가 멀어서 힘들어요."

 화성시 동탄에 사는 회사원 김모(39)씨는 회사 업무 차 외국을 수시로 나간다. 그가 자신이 사는 동탄에서 자가용으로 인천국제공항을 가려면 거리는 90㎞, 평균 85분이 걸린다. 교통비는 2만5천 원 정도 든다.

 김포공항도 마찬가지다. 거리 69㎞, 80분이 소요되며 1만5천 원 정도의 교통비가 들어간다.

 이러한 불편은 김 씨만의 사연이 아니다. 경기남부권이 사는 도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고민이다. 경기남부권은 무려 1천만 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고 있지만 민간공항이 없기 때문이다. 김포공항도 명칭에만 ‘김포’가 들어가 있을 뿐 실제로는 서울시 강서구에 세워져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비행기 탑승시간보다 긴 시간을 도로에서 버리는 것이 불편함을 넘어 이동권 침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경기남부 통합신공항 유치 결의대회. <화성·수원 경기남부 통합 신공항 유치 시민연대 제공>
 고속철도 등으로 전국이 2~3시간 생활권이 됐지만 1천만 명에 달하는 경기남부 인구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공항으로 인해 이러한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국내에는 모두 15개 공항이 건설돼 있는데, 그동안 수요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중앙정치의 필요에 따라 지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작 1천만 명이 사는 경기남부권에는 민간공항이 한 곳도 세워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세계 다른 나라를 보더라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3∼5개 공항이 운영되고 있다. 영국 런던 5개, 프랑스 파리 3개, 미국 뉴욕 3개, 워싱턴D.C 3개, 일본 도쿄 3개 등이다.

 일본의 경우 공항은 무려 97개에 달하며, 이 중 7개만이 군공항이고 나머지 90개는 순수 민간공항이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편에 속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항공수요가 늘어가면서 수도권 공항의 포화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2015~2019년)에서 제시된 예측치를 기반으로 2016~2017년 실제 운송실적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인천공항은 2040년, 김포공항은 2030년부터 수용 한계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신공항의 예상 이미지.
# 경기남부 신공항 조성 필요성

 인천·김포공항의 포화가 예상되면서 경기남부 민간공항을 조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화성·수원 경기남부 통합 신공항 유치 시민연대’ 등 수원과 화성지역 시민을 중심으로 민간공항 유치를 위한 단체가 구성되면서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역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 수원화성군공항 이전 문제를 대구공항 사례처럼 민간공항 통합개발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4년 추진된 대구 군공항(K-2) 이전의 경우 초기에 예비 이전후보지인 경북 군위군과 의성군이 크게 반발했지만 민간공항이 함께 들어오는 것으로 추진되면서 지역경제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돼 여론이 반전됐다.

 특히 경기남부권은 수원·화성·용인·성남·안성 등 16개 도시에 인구수가 많아 향후 항공수요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비롯해 용인의 에버랜드·한국민속촌, 화성시 제부도와 궁평항, 양평 캠핑장 등 해외 관광객을 유혹할 만한 다양한 관광명소가 즐비하다.

 또 삼성전자와 기아자동차, SK하이닉스 등 IT 및 반도체, 바이오 분야에서 세계를 주름 잡는 글로벌 기업들이 위치해 있어 비즈니스 공항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가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트 조성계획을 발표하면서 경기남부권 신공항 건설은 필연적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그 뿐만 아니라 경부·영동·서해안고속도로, 수도권1·2외곽순환도로 등 사통팔달의 도로망까지 갖추고 있어 전국 동서남북 어디로든 편리하게 이어준다.

 경기남부권에 민간공항이 들어서면 30분에서 1시간 이내로 이동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 인천공항 전경. <수원시 제공>
# 군공항+민간공항 통합 추진해야

 그렇다면 경기남부권에 신공항 유치는 가능한 일일까? 공항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배후도시 인구와 환승시스템, 풍부한 관광자원 등 세 가지 조건을 손에 꼽는다. 이 중 어느 하나만이라도 특별하다면 공항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경기남부권은 무려 1천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데다, 인근 서울시 자치구 시민들까지 잠재적 수요층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현재 국방부에서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예비 이전후보지로 발표한 화성시 화옹지구가 민간공항 조성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총 15개 공항이 세워져 있는데 이 중 순수 민간공항은 7곳(인천·김포·제주·울산·여수·무안·양양)이며 민·군 겸용 공항은 8곳(김해·광주·청주·대구·포항·군산·사천·원주)이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시공사는 지난해 자체 예산을 들여 ‘군공항 활성화 방안 사전검토 용역’을 진행했다. 용역 결과, 수원화성군공항 이전 시 민간공항을 함께 건설하면 비용 대비 편익(B/C) 2.0 이상 나와 경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공항 건설 시 공사비와 부대비, 장비 등 평균 5조2천920억 원이 필요하지만 통합 공항 추진 시 전체 비용의 5% 수준인 2천340억 원에 건설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수원시 역시 수원화성군공항과 경기남부권 민간공항이 같이 유치되면 군공항 이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국방부는 2017년 2월 수원시 권선구 장지동 일대 6.3㎢에 걸쳐 들어서 있는 수원군공항의 예비 이전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선정했다. 이후 화성시와 수원시는 1949년 8월 15일 행정구역 개편으로 분리되기 전까지 ‘한 동네’였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첨예한 마찰을 빚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난달 26일 수원과 화성에 거주하는 시민 50여 명이 가칭 ‘화성·수원 경기남부 통합 신공항 유치 시민연대’를 꾸려 화성시 황계동 일원에서 경기남부 민간공항 조성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화성·수원 경기남부 통합 신공항 유치 시민연대 관계자는 "경기남부에 민간공항이 들어서면 세계적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연계한 ‘물류 특화공항’으로 발전해 지역경제 발전 등 우수한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며 "향후 회의를 통해 가칭이 아닌 정식 명칭의 시민단체를 발족하고, 경기남부 민간공항 유치를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