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으로
매리언 울프 / 어크로스 / 1만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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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쉴 새 없이 디지털 기기에 접속하며 순간접속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뇌가 인류의 가장 기적적인 발명품인 읽기(독서), 그 중에서도 특히 깊이 읽기 능력을 영영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긴급한 경고를 한다. 역사와 문학, 과학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자료와 생생한 사례를 토대로 오늘날 기술이 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것이 인류의 미래에는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는 하루 6~7시간씩 디지털 매체에 빠져 있는 청소년들을 목격하면서 그들 뇌의 읽기 회로가 어떻게 변형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는 인간이 읽는 능력을 타고나지 않았으며, 문해력은 호모사피엔스의 가장 중요한 후천적 성취 가운데 하나임을 강조해 왔다. 특히 깊이 읽기는 독자가 문장에 담긴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타인의 관점으로 옮겨가게 도와주며, 유추와 추론을 통한 비판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능력이다. 하지만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디지털세계의 엄청난 정보들은 새로움과 편리함을 가져다준 대신 주의집중과 깊이 있는 사고를 거두어 갔다.

 또 저자가 주목하는 더 큰 문제는 디지털 매체로 많이 읽을수록 우리의 뇌 회로도 디지털 매체의 특징을 더 많이 반영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뇌의 가소성으로 인해 인쇄물을 읽을 때도 디지털 매체를 대하듯이 단어를 듬성듬성 건너뛰며 읽게 되고 그러다 보면 깊이 읽기가 가져다주는 것들, 즉 비판적 사고와 반성, 공감과 이해, 개인적 성찰 같은 본성들도 잃어버릴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심지어 이러한 읽기 방식은 글쓰기에 대한 선호까지 바꿔 우리를 더 짧고 단순하며 건너뛰어도 무방한 문장에 길들어지도록 만들어 버린다.

 이 책에는 저자 자신이 책에 몰입하던 경험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논문에서 다루던 초보자 수준의 읽는 뇌로 회귀하는 것을 깨닫고는 읽기 회로를 되찾기 위한 실험을 시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 어린아이들이 ‘좋은 독자’로 남기 위해서는 깊이 읽기 능력을 회복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깊이 읽기야말로 우리의 가장 본질적인 사고 과정인 비판적·추론적 사고와 반성적 사유를 가능하게 하고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능력을 기르게 해 주며, 타인의 관점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열쇠라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인류가 지속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단언한다.

널 보러 왔어
알베르토 몬디 / 틈새책방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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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가 책 「널 보러 왔어」를 통해 막막한 현실에서의 고민과 도전 그리고 행복을 찾아 떠난 과정을 전한다. 이 책에는 안정적인 삶이 보장된 미라노를 떠나 미지의 세계와 다름없는 중국에서의 모험, 그리고 또 새로운 도전으로 한국에 정착하기까지의 여정과 감흥을 담았다.

또 책은 저자의 삶의 방식 자체를 여실히 담는다. 계획성과 거리가 멀다는 그는 이탈리아에서는 중국어를 전공하고 한국에서는 경제학 석사까지 취득하는 등 종횡무진 새로운 도전을 지속하면서도 분야의 전문가로 우뚝 설 정도로 최선을 다해 왔다고 한다.

특히 그의 ‘취준생’으로의 경험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압박감과 불안감을 회상하며 간절했던 당시의 모습을 그린다. 불안감은 곧 공포감으로 확대되고, 이내 무기력이 돼 버렸다는 그의 심적 경험 속에서 청년들이 갖는 묘한 동질감까지 느껴진다.

존엄하게 산다는 것
게랄트 휘터 / 인플루엔셜 /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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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존중받고 보호받고자 하는 욕구를 타고나지만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타인과 공동체의 수많은 요구 속에 방향을 잃고 휘청거리게 된다. 이는 인간의 두뇌가 평생에 걸쳐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학습하고 구조화되는 사회적 기관이기 때문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지성, 저명한 신경생물학자 게랄트 휘터는 뇌가 이러한 혼란 상태를 벗어나 내면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일종의 나침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로 존엄이다.

존엄은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개인과 사회가 의미를 지켜 나가는 오랜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뇌의 사고 패턴이자 삶의 태도를 말한다. ‘인간다운 삶, 품격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게랄트 휘터가 필생의 연구에서 길어 올린 통찰을 담은 이 책은 혼란의 시대 속에서 삶을 강인하게 버텨 낼 용기를 전해줄 것이다.

존엄을 통해 모든 개인이 자신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자유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게랄트 휘터의 주장은 오로지 경쟁을 위해 달리다 지쳐 버린 우리에게 뜨거운 응원으로 다가온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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