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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시인
얼마 전 모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 자원봉사와 관련해 이들의 자비 출연 부담을 줄여보고자 경기도자원봉사센터를 방문했다. 문을 열자 반갑게 인사를 하며 맞이하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다른 기관을 방문할 때 느끼지 못했던 따뜻한 분위기와 친절한 상담은 경직된 공공기관의 이미지에 익숙했던 방문객을 깜짝 놀라게 했다.

 상담 결과 공개 공모 절차와 엄격한 심사에 의해 사업 대상을 선정한다는 담당자의 설명에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역시 자원봉사센터에 근무하려면 본인을 낮추고 민원인을 최우선하는 ‘위민봉사사상’의 근본적 자세와 소양을 지녀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도적으로 설립 운영하는 자원봉사센터의 경우, 법규적 요건과 행정적 근거로 자격이나 요소를 충족할 수 없는 사회복지 분야부터 생명존중사상, 생명문화 공동체 회복 등 세부적인 복지 서비스 실현과 자원봉사 활동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따라서 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 활동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개발 발굴해 관련 여러 단체에 전파하고 긴급 발생한 재난 재해사고 등을 위해 일하는 자원 봉사자들에 대한 지원과 각종 자원봉사단체의 공모사업 지도와 선정, 복지, 문화, 교육, 홍보 그리고 자원봉사 활동 중에 일어난 사고에 대한 제반 보험 운영, 자원봉사 활동기금 조성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경기도자원봉사센터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원봉사 문화 확산을 위한 가치 전파와 시민 참여 문화 확산, 재능 나눔 경연대회, 청소년 가족봉사 활성화와 같은 전문적인 자원 봉사 활동 등을 집중 지도하며, 우수 프로그램 공모지원, 지역별 생활밀착형 자원봉사 사업을 지원해주고 있다. 아울러 자원봉사자들의 기술적 관리를 위해 자원봉사 관리자 교육을 통한 자원봉사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자원봉사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콘텐츠 개발에도 열정을 올리고 있다.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계층별 자원봉사 활성화와 우수 자원봉사자의 인정 격려, 기업 및 유관 단체 간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경기도자원봉사센터의 경우 2018년 한 해만도 약 333만 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이달 설립 20년 주년을 맞이하는 현재까지 연인원 약 788만 명이 동참, 경기도의 성인 인구를 감안할 때 도민 전체가 거의 한 번씩은 자원봉사활동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봉사센터는 우리에게 있어 소금을 저장하는 소금창고 역할을 하는 곳이라 생각한다. 소금은 인간이 생명을 연명하는 반드시 필요한 무기질 중 하나이며 조미료의 용도로 오랫동안 활용돼 왔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되는 영양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평소에는 소금의 존재를 잊고 산다. 자원봉사센터도 어쩌면 평상시에는 잊고 살다가 큰 재난이나 재해가 발생할 경우 자원봉사자들의 고마움과 이를 지원해주는 자원봉사센터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소금창고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영양분을 저장해 두는 곳이다. 이 창고가 비워지기 전에 부지런히 소금을 만들어야 건강한 육체적 삶을 유지한다. 일반적으로 천일염을 만드는 소금 농사는 참으로 힘들고 고된 노동력을 요구한다. 바닷물을 끌어 올려 저수지에 저장하고 염도를 높이기 위해 간수통이라는 곳에서 다시 저수해 오랜 시간 햇볕을 쬐이고 염도가 높아지면 이를 수류채를 통해 다시 염전에 퍼 올린다. 그리고 난 후 땡볕 아래서 응결을 기다린다. 그러한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소금이 생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평온하고 태평한 일상 생활에서는 자원봉사센터의 소중함을 모른다. 소금은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자원봉사센터의 임직원들은 양질의 소금을 생산 비축하기 위해 일상의 시간에도 끊임없이 노력을 아끼지 아니한다. 자원봉사센터는 현대문명 사회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서 재난이나 재해가 오기 전에 충분한 예산을 비축하고 지켜 봐주어야 하는 곳이다.

 서경(書經)의 열명편(說明篇)을 보면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이 있다. 미리 관심을 갖고 사전에 준비하고 예방을 해서 나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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