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을 배워 기능성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용인 모현초등학교에서 만난 6학년 태유건(13)군은 장래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들의 정신적 아픔을 치유하거나 학습효과를 유발하는 게임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된 가운데 2015년부터 이미 소프트웨어 교육을 활성화해 성과를 내고 있는 모현초등학교 소프트웨어 동아리 ‘MAMA(Media Art Mohyun Acadey)’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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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소데이’(미디어·소프트 데이)를 맞아 MAMA 학생들이 친구들에게 그동안 배운 소프트웨어 활용 지식을 나누고 있다.
소프트웨어란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프로그램을 의미하며 C언어, 자바 등의 컴퓨터 언어로 만들어진다. 소프트웨어(프로그램)를 만들기 위한 일련의 과정은 코딩이라고 불린다.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으로 가득 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코딩 교육을 통해 작동 원리를 미리 알아볼 필요가 있다.

 동아리 활동에 올해로 5년째 참가하고 있는 태유건 군이 소프트웨어 교육 사이트인 ‘엔트리’를 이용해 코딩을 진행하자 5분도 안 돼 20여 초간 자기소개를 하는 기타리스트 그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면 속 기타리스트의 말풍선에는 ‘안녕하세요. 저는 태유건입니다. 제 꿈은 기능성 게임 개발자입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 학생 눈높이에 맞춘 소프트웨어 동아리

 MAMA는 2015년 3월 처음으로 학생들을 모집했다. 현재 동아리에 소속된 학생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총 20명이다.

 동아리 활동은 ▶학습지와 다양한 신체활동을 통해 로봇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언플러그드’ 교육 ▶소프트웨어 제작 사이트인 ‘엔트리’를 통한 코딩 교육 ▶완성된 프로그램을 로봇에 적용해 움직임을 재현하는 ‘피지컬 컴퓨팅’ 교육 등 크게 3가지로 나뉘어 진행된다.

 해당 교육 내용은 매주 목요일 교내 소프트웨어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황호연(33)교사의 지도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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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형 로봇에 소프트웨어를 적용중인 MAMA 학생.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작업인 코딩의 핵심은 알고리즘을 세우는 작업이다. 알고리즘을 세우려면 기존에는 복잡한 텍스트를 만들어야 했다. 반면 MAMA는 어려운 코딩을 쉽게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돕는 사이트인 ‘엔트리’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한다.

 엔트리는 상대적으로 코딩 작업에 용이한 단어 블록을 쓰기 때문에 아이들이 알고리즘을 구축하기 위해 복잡한 텍스트를 구성할 필요가 없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매주 80분간 진행되는 교사의 교육만으로도 블루투스 USB로 연결된 미니 로봇용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게 어렵지 않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코딩의 흥미와 관심 유발에도 도움이 된다. 직접 미니 로봇의 트랙 주행과 빛을 따라 움직이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면서 학생들에게 교육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각종 대회에 출전해 두각을 보이고 있다. 2016년에는 용인시산업진흥원이 주관한 사물인터넷경진대회에 4개 팀이 출전해 금상을 포함한 4개 상을 수상했다. 2017년과 2018년에도 용인 드론페스티벌에 참가해 우수·장려·최우수상까지 수상한 경력을 자랑한다. 2016년부터 동아리 활동을 이어온 한 졸업생은 아주대학교 영재교육원에 들어가기도 했다.

 황 교사는 "앞으로도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 교구를 준비해 동아리 학생들과 유익하고 즐거운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학생이 만든 소프트웨어 활용해 교내 문제도 ‘척척’

 학생들은 이렇게 배운 코딩 지식을 교내 문제 해결을 위해 활용한다. 지난해에는 저학년 학생의 계단 추락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센서가 달린 로봇에 직접 만든 소프트웨어를 적용,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오면 로봇과 연결된 모니터에 칭찬하는 메시지가 떠오르도록 했다. 이후 학생들은 메시지를 보기 위해서라도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습관을 갖게 됐다.

 또 교내 급식실에서 소음이 너무 심한 문제를 파악해 일정 데시벨(dB) 이상이 포착되면 모니터에 자제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표시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도 완성했다. 이때 사용된 것은 빛과 소음을 감지하는 센서를 가진 ‘햄스터 로봇’과 학생들의 코딩 지식뿐이었다.

 모현초는 2016년 소프트웨어 선도학교로 선정돼 매년 1천만 원가량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이러한 예산으로 금전적 부담을 학교가 모두 해결하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모현초는 300만 원을 들여 전교 15개 교실에 무선인터넷 설치를 완료했다. 동아리 활동에 인터넷 사용이 필수적인 만큼 교내 전체에 무선인터넷을 설치해 어디서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모현초를 졸업한 모현중 학생들과 연계한 활동을 진행하기도 한다. 중학생 아이들에게는 복습의 시간을, 모현초 학생들은 선배에게 가르침을 전달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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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코딩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든 피아노.
 또 매 학기마다 1회씩 ‘미소데이(미디어·소프트 데이)’를 운영해 MAMA 학생들을 중심으로 교내 소프트웨어 교육을 진행하는데, 이때마다 MAMA 학생들은 교내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활동하면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지식을 전하고 있다.

 MAMA에서 활동하는 모현초 학생들은 게임과 로봇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태 군은 엔트리를 통한 코딩으로 게임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다. 스마트폰을 처음 잡아 본 뒤 작동 원리가 궁금해져 2학년 때부터 MAMA에 가입했다. 태 군은 "동아리 활동은 코딩이 게임에 어떻게 적용돼 움직이는지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게임을 통해 정신적 아픔을 치유하거나 학습효과를 유발하는 기능성 게임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빨리 게임을 만들기 위해 동아리 활동에 더욱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프로그래머라서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생겼던 임서현(13)양 역시 "그동안 컴퓨터를 못 다뤘는데 이제는 하도 많이 다루다 보니 문제없다"며 "앞으로 소형 자율주행 자동차 로봇을 코딩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사진=모현초등학교 MAM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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