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노무현
98분 / 다큐멘터리 /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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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다큐멘터리 ‘시민 노무현’은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이 아닌 평범한 시민 노무현이 봉하마을에서 보낸 454일에 주목했다.

 이 영화는 ‘대통령까지 해 본 시민 노무현이 고향 봉하마을에서 무엇을 하려고 했었을까’에서 출발한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시민의 곁으로 돌아와 시민들을 위해 살고자 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그가 진정으로 바랐던 것은 대한민국에 진정한 시민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 작품은 퇴임 후 고향 봉하마을로 돌아와 시민들과 함께 부대끼며 누구보다 바쁜 시민으로 살았던 그의 마지막 454일간의 기록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를 통해 남아 있는 시민들이 진보의 미래,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해 작은 변화의 움직임을 만들어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귀향을 선택했다. 그는 지역 균형발전, 살기 좋은 농촌이 곧 살기 좋은 국가를 만드는 길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었던 정치인이었던 터라 퇴임 후 고향에 내려와 사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다.

 그의 귀향과 동시에 봉하마을에는 전국에서 찾아온 환영 인파가 몰렸다. 결국 ‘만남의 광장’이라는 이름으로 정기적인 대화의 장까지 마련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라이프’는 그야말로 쉴 새 없이 돌아갔다.

 방문객들을 위해 마을 청소를 시작하고 인근의 화포천과 봉화산의 환경 복원에 힘썼다. 마을 뒷산에는 차를 심고 친환경 오리 농법과 우렁이 농법으로 벼농사도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공장의 폐수로 몸살을 앓던 화포천에는 멸종된 황새가 돌아오고 수달이 살 수 있게 됐고, 봉하쌀은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생태농업의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청소와 농사일에만 몰두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까지 해 본 시민으로서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토론 사이트 ‘민주주의 2.0’의 개설로 이어졌다. 시민들과 민주주의 및 진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개방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농사가 끝난 겨울 내 그는 참모진, 학자들과 함께 연구모임을 결성해 민주주의의 미래를 고민하며 더 나은 사회를 꿈꿨다.

 이 영화는 ‘시민 노무현’이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대한민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온 그가 평범한 사람들과 하나가 돼 소통했던 시기를 담아냈다. 생전 그의 육성을 통해 봉하마을에서 이루고자 했던 일과 꿈꿨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직접 들어보는 건 어떨까.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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