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여(劍如) 유희강(1911~1976)선생의 생전 모습.<인천문화재단 제공>
▲ 검여(劍如) 유희강(1911~1976)선생의 생전 모습.<인천문화재단 제공>
인천시의 ‘셀프 홀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인천이 낳은 서예 대가 검여(劍如) 유희강(1911~1976)선생의 작품을 놓아 버려서다. 인천시 서구 서곶 출신인 검여는 추사(秋史) 김정희 이래 최고의 서예가로 불린다.

검여의 유족은 최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성균관대 박물관에 유물 1천여 점을 기증했다. 그의 작품 400여 점과 습작 600여 점 등이다.

차남 유신규(71)씨는 2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버지는 고향인 인천을 사랑하셨고 인천에서 많은 활동을 하셨기에 아버지의 작품을 인천이 아닌 다른 곳에 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며 "인천이 아버지 작품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유 씨는 "2008년께 인천시에 작품 영구 기증서를 제출했다. 기증목록까지 담아 전달했고, 시가 시의회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해서 모임도 가졌지만 진행되지 않았다"며 "작품을 전시할 인천시립미술관 건립이 추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께 시립박물관과 시립미술관이 들어설 인천뮤지엄파크 건립이 추진돼 다시 한 번 기증 의사를 타진했으나 인천시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검여의 유족은 성균관대 박물관을 선택했다. 유 씨는 "인천시에도 그렇고 성균관대 박물관에도 기증 조건으로 내건 것은 아버지의 전시관, 아버지를 위한 상설전시관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며 "성균관대 박물관이 이 조건을 수용해 삼남매가 이견 없이 기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그동안의 과정을 알아보고 있고, 조만간 유족과 만나 상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며 "인천 출신 작가들이 홀대받지 않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더욱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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