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two job)이 힘들어도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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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경복대학교 공간디자인학과에 유턴입학 한 조민제(52)씨의 말이다.

늦깎이 입학생인 조 씨는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요즘 사업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조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모두가 선망하는 공기업에 입사해 1년 반을 근무했지만, 적성과 맞지 않아 고민 끝에 사직을 결정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어느 재벌회장의 말이 귓가를 맴돌았기 때문이다.

그후 친한 선후배 3명이 의기투합해 건축자재를 중국에 수출하는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2년간 잘 되는가 싶더니 조선족 동포에게 사기를 당해 사업을 접었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1999년 300만 원을 밑천 삼아 PC방 사업을 시작, 정수기 살 돈조차 없어 매일 약수터에서 물을 떠다 손님들에게 제공했다.

6개월 지나 사업은 자리를 잡아갔고, 7군데로 확장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24시간 운영하며 쉴 틈이 없어, 평소 하고 싶었던 황토보드 사업을 위해 매각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오남리에 공장을 임대했고, 사업초기엔 특허를 내며 의욕이 넘쳤지만, 잘 되던 사업이 화재로 공장이 전소해 버렸다.

공사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조 씨는 건축에 눈을 뜨면서 건축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했다.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펜션건축, 공장철구조물, 컨테이너 사업에도 사업을 넓혀 나갔다.

그런 그가 경복대에 유턴입학 한 건 현장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배워 이론적 바탕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관심 있게 보는 시장은 어린이집, 경로당, 도서관, 유치원 등 특화된 전문건설업 분야다.

그는 교내 창업동아리 활동을 통해 젊은 친구들과 틈새시장인 전문건설분야에 대한 아이디어를 사업에 응용해 볼 계획이다.

청년 사업가들이 도전해 볼 만한 가능성이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일과 수업을 병행하면서 실습이나 과제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아 도면을 그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만 즐거운 모습이다.

조 씨는 "아내와 아들이 있는데, 내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바탕이라는 생각에 유턴입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남양주=조한재 기자 chj@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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