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어지럽다.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 등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국회 공전 사태는 여전히 안갯속에 빠진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 유출을 놓고 ‘기밀누설 對 공익제보’라는 프레임으로 서로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촉발된 ‘독재자의 후예’ 발언을, 자신만이 생각하는 의미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국민을 편 가르고 반목과 갈등을 부추긴다. 어느 하나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닌 듯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국민의 눈에서, 국가 경제 측면에서 너무나 가볍고 한가로운 얘기들이다. 결단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로 돌변할 중대 이슈들이 목전직하에 있기 때문이다. 우선 소득주도성장 정책부터 폐기해야 한다. 부작용과 후유증이 너무 커서 빠를수록 좋다. 대통령 한 명의 신념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보다 우선할 순 없지 않겠나. 생산성이 전제되지 않은 ‘소주성’은 포퓰리즘이라는 수렁과도 같다. 결단이 늦어질수록 빠져나오기 힘들다.

 혁신성장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도 명확히 해야 한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혁신성장을 하고자 한다면 규제를 개선해서 경제적 자유도를 제고해야 한다. 이익집단의 반대 투쟁을 막고, 조율해 주는 작업도 정부가 해야 한다. 이것들을 못하겠다면 혁신성장을 안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도 시급하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서 ‘GDP 대비 40% 이내’라는 국가채무 한계선이 뚫릴 전망이다. 국가채무 증가는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미래 세대로 폭탄을 돌리는 잘못된 행위다. 입법화를 통해 망국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어디에 서 있어야 할 지도 결단해야 한다. 지난주 미국은 보안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 화웨이社와 거래하지 말 것을 한국에 요청했다고 한다. 우리로선 총수출의 25%가 넘는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을 감안할 때 섣불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을 경우 그 후과가 더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치밀한 전략과 리더십, 과감한 결단이 요구되는 중차대한 전환기가 다가오고 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