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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식(시인·전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올해 수원화성 글짓기대회는 참가 학생 수는 예년과 비슷했으나 전반적인 글 솜씨와 내용의 수준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심사위원의 눈이 크게 떠질 정도의 좋은 작품이 적었다는 말이다.

 오늘 같은 백일장이나 여느 글짓기 응모에서 늘상 심사위원들이 심사 제1성으로 요구하는 것이 독창적인 글쓰기이다. 자기만의 개성적인 글을 쓸 것을 주문하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자기만의 개성적인 글이란 어떤 글인가.

 예를 들어 이번 글짓기 대회의 주제인 수원화성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청 홈페이지나 문화재 담당부서가 써 놓았을 화성의 역사와 규모, 의미 등 홍보 내용을 거의 베껴 쓰듯 비슷하게 써 냈다. 이것은 결코 개성적인 글도, 독창적인 글도 아니다. 혼자만의 이야기, 혼자만의 경험과 생각을 기록한 것이 개성적인 글이라는 말이다.

 앞에서 지적한 글들은 다 우수한 성적을 받지 못하고 입선 밖으로 밀려났다. 설혹 상을 받아도 아주 낮은 순서의 입선에 들었다. 물론 개중에는 나만의 상상력을 발휘한 판타지 글도 있었고, 평소 화성에서 경험한 내용을 개성 있게 쓴 좋은 글도 있었지만 심사위원은 크게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지면 관계상 여러 입상자들의 작품을 일일이 다 평할 수는 없으나 초등부의 4학년 박지우 군의 ‘만두’는 그야말로 이번 대회에서 군계일학이라 할 수 있다. 제목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글 쓰는 솜씨가 어른의 그것처럼 군더더기 없이 완숙하게 느껴져서 한참 망설였으나 부디 이 소년의 글쓰기 재능이기를 기원하며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 밖에 중등부·고등부 수상자의 글들도 나름대로 상찬할 만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겠다.

 수상 학생들은 더욱 실력을 갈고 닦을 것이요, 선에 들지 못한 학생들도 가일층 노력할 것을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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