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1년 만에 지방자치법을 개정하면서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에 ‘특례시’ 명칭을 부여하고 재정 등 자치권을 확대하기로 한 데 대해 성남시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는 판교테크노밸리와 성남하이테크밸리 등 산업단지가 입주해 있기 때문에 주간 거주 인구가 100만 명을 훨씬 넘고 행정수요는 이미 150만 명에 육박한다며 거주 인구 기준으로 특례시 자격을 부여하는 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인구 감소에 따른 탄력적 기준으로 지정한 예를 들어 행정수요와 지역적 특성, 지역 균형발전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남시는 원도심 재개발 등으로 인구가 점차 줄어 주민등록 거주 인구는 100만 명에 못 미치는 96만 명 수준이다.
하지만 판교테크노밸리와 하이테크단지 등 산업단지로 타 도시에서 출근하는 주간 거주 인구가 다른 도시보다 월등히 많고, 앞으로 원도심 재개발과 제2·제3판교테크노밸리 준공 시 기업 입주 급증, 위례신도시 조성과 분당 리모델링 등이 맞물려 행정수요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시는 예상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시내 6만4천여 개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는 43만4천여 명 수준으로, 판교테크노밸리에만 2017년 기준 66만㎡ 면적에 1천306개 기업이 입주해 종사자만 7만5천여 명에 이른다. 제2판교테크노밸리에는 순차적으로 1천400여 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2022년 58만㎡가 넘는 제3밸리까지 조성이 완료되면 이 일대는 약 10만 명의 첨단산업 종사자가 근무하게 된다는 게 시의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판교테크노밸리 종사자 7만4천738명 중 76.3%는 시외 거주자이지만 시의 행정 혜택을 받는 수요자"라며 "기업 상주 인구와 거주 외국인 인구를 합치면 성남시의 행정수요는 149만 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 공무원들이 처리하는 민원은 전국 최대 수준이다. 월 접수 민원은 평균 8천 건을 넘어 경기도내 1위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집계한 지난해 최다 민원 접수 기관 톱 5위에는 서울시와 경찰청, 국토교통부, 기재부, 성남시가 자리했다. 기초지자체로는 1위인 셈이다.
지난해 여권 발급 건수도 인근 도시 용인시(5만8천 건)의 2배에 달하는 11만4천 건에 달했다.
공무원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행정수요는 광역시를 웃도는 수준이다. 2017년 기준 시 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주민 수는 351명으로 광역시인 서울시 192명, 울산시 187명보다도 훨씬 많다.
은수미 시장은 "성남시 3개 구 가운데 분당구는 인구가 50만 명에 육박해 일반구로는 전국 최대 규모이고, 어지간한 1개 시·군의 인구수와 유사하지만 인구 20만 명 시절의 행정인프라가 이를 감당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성남시는 이웃 국가 일본이 거스를 수 없는 인구 감소 추세를 반영해 우리의 특례시와 유사한 정령시 지정에 탄력적 인구 기준을 적용하는 것처럼 인구 감소를 내다보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상미 지방의회발전연구원장은 "특례시와 유사한 정령시는 1956년 최초 도입 당시에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의 오사카·나고야·요코하마·교토·고베시 등 5개 시를 지정했지만, 1972년 90만 명 미만의 후쿠오카시 지정으로 80만 명 이상의 시를 정령지정도시로 승격했다"며 "2001년에는 인구 요건의 운용기준을 70만 명으로 완화하는 등 인구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 변화를 적극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은 시장은 "성남시는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의 토대인 판교테크노밸리가 있기 때문에 역동적인 행정수요에 적극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며 "거주 인구만으로 기준을 정해 성남시를 특례시에서 배제한다면 미래 산업 동력이 꺼질 위험까지 있다"고 성남특례시 지정을 촉구했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사진=성남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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