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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우리가 사는 인천에서 어디에 가면 호수와 습지가 있고 하천이 있으며 좋은 숲이 있는지, 어디에 어떤 보호종 철새가 주로 찾고 어떤 개구리가 사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면 그런 지도에 여러분들은 투자하시겠습니까? 인천의 자연을 한눈에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도가 바로 도시생태 현황지도이다.

 물론 2014년에 만들어진 인천 도시생태 현황지도가 완벽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자료를 축적하면 현장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만이 비밀처럼 알고 있던 정보를 컴퓨터에서 클릭 한번으로 알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다. 자연 보전과 관리에 앞선 성과를 보여온 독일의 모든 도시가 도시생태 현황지도를 갖고 있다. 통일 이후에는 동독지역에도 도시생태 현황지도가 작성됐기에 동독의 주요 도시인 라이프치히 시청 공무원을 초빙해 최신 도시생태 현황지도 작성 현황을 듣기 위한 심포지엄을 2013년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한 바 있다.

 비오톱지도라고도 부르는 도시생태 현황지도는 무엇인가? 비오는 바이오이고 이는 생명을 의미한다. 톱은 장소를 뜻한다. 따라서 생명이 살고 있는 서식공간을 비오톱이라고 하고 서식공간을 지도에 표시한 것을 비오톱지도라 하며 이를 한글로 순화한 것이 도시생태 현황지도인 것이다. 도시의 모든 공간은 공간마다 다른 비오톱 속성을 갖고 있다는 전제에서 비오톱지도는 시작한다. 도시에 있는 실개천, 하천, 습지, 공원, 녹지대, 숲, 주거지, 공장지, 상업지 등 수많은 다른 특성을 가진 비오톱의 모자이크가 도시 공간을 이루고 있다. 이를 전자지도로 만들면 다양한 주제공간을 찾을 수 있는 비오톱지도인 도시생태 현황지도가 된다. 숲에서 산림 치유를 하고 싶다면 소나무, 잣나무 등 침엽수림을 찾아야 하는데 어디에 이들 숲이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인천에 5대 하천이 있다는데, 인천에 소사나무 집단 군락지가 있다는데, 녹지가 거의 없는 주거지가 있다는데, 공장이 많다는데, 아파트가 많다는데, 이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도를 작성해 정책 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자연환경조사 자료를 중첩시키면 어디에 어떤 보호종이 나타나는지 어디에 보통종들이 집단을 형성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비오톱지도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시기는 1990년대 후반일 것이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에 서울시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국내에 정착하는 계기가 됐고 이후 수많은 지자체에서 도입했다. 인천시는 2010년에 제작에 착수했으며 환경부는 2017년에 의무 작성을 법에 명기했다. 도시생태 현황지도의 장점은 한눈에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지도로 정보를 정리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도에 표현되는 내용은 별도의 보고서와 함께 작성된다. 과거 자연환경 관련 보고서는 두꺼운 보고서만으로 제작됐다. 따라서 읽기에 우선 부담이 됐고 필요한 자료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 활용도가 낮았다. 도시생태 현황지도를 통해 복잡한 현황이 일목요연하게 지도 위에 표현되고 이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축적되므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독일에서 작성된 도시생태 현황지도는 도시의 자연현황을 지도에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 자연환경 개선과 관리를 위한 계획인 환경생태 계획으로 나아간다. 도심에 녹지가 부족하다면 녹지공급 계획을 수립하고, 가로수가 없는 도로는 가로수를 계획하고 낮은 수준의 생태 현황을 높은 수준으로 변화 발전시키는 계획이 환경생태 계획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각종 개발 계획이 자연환경을 침해하는지 확인하고 조정하는 기능까지 갖고 있다. 자연환경보전법에서 지도 제작이 의무화됐으니 다음 단계인 환경생태 계획으로 발전할 시점에 와 있다.

 인천시는 조만간 2차 도시생태 현황지도 갱신 작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지난 번보다 더 정밀하고 체계적으로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 생각된다. 아울러 자연환경조사 자료도 인천시의 여건이 되는 대로 더 정밀하고 폭넓게 작성돼 도시생태 현황지도와 자연환경조사 자료가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우리 인천이 자연자산을 보다 체계적이고 정밀하게 관리하는 도시발전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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