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항암 인천문인협회 회원.jpg
▲ 정항암 인천문인협회 회원
필자는 2004년 6월 30일 중구청 건축행정계장으로 정년퇴직했다. 그 후 장편소설 「질경이 꽃 피는 날」로 등단해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인천문인협회 회원이 됐다. 그리고 2018년 2월 28일 대하소설이면서 자전 장편소설 「세 번의 운명」시리즈 6권을 출간했다. 필자는 교보문고와 알라딘, 예스 24 등 인터넷서점과 도서출판 항암을 통해 홍보와 곁들여서 판매를 시도했다. 하지만 바라던 기대와 달리 대다수 독자들은 소설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독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쓴 작품이기에 한 달에 50권 안팎을 판매하는 저조한 실적이라고 생각했다. 필자는 서점가 근황을 알아보려고 소설을 출간한 다른 작가에게 말했다.

 "선생님, 요즘 서점에서 돌아가는 추세가 어떤가요. 저는 한 달에 50권 정도 판매가 되고 있거든요"

 "그 정도면 대단합니다. 출간해서 한 권도 팔리지 않은 작가가 부지기수거든요"

 필자는 그가 한 말이 안심되기보다는 실망이 앞섰다. 한 달에 50권 정도 소설책이 팔린다면 글을 쓰는 작가는 앉아서 굶어죽으라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 분명했다. 심각한 것은 대부분 소설이 잘 팔리지 않으면 문예증진은 물론이고 작가가 설자리마저 잃는다는 현실이다. 필자는 다만 몇 권이라도 더 팔아보려고 연고가 있는 인천시 중구청과 거주지인 미추홀구청 소재 동자치센터를 찾아갔다. 공무원들이 자비로 소설책을 구입하기를 바라는 것보다 수용비나 도서구입비 등 책정된 가용 예산으로 책을 구매해주기를 바랐다.

 필자는 중구청 소재 A동장에게 말했다.

 "동장님, 수용비나 도서구입비에서 여력이 있다면 소설책 한 질을 사서 직원들과 같이 보시지요."

 "책값이 얼마지요."

 "한 권에 1만5천 원씩 모두 9만 원입니다."

 "저희는 수용비가 너무 적어서 여분이 없습니다. 도서구입비도 책정되지 않아서 어렵네요."

 A동장은 그에게 하소연했다. 필자는 인천시 중구청 산하 12개 동자치센터에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한 결과 ‘북 카페’ 예산이 있는 몇 군데 동자치센터를 제외하고는 판매 실적이 전무했다. 기왕지사 시작한 일이어서 거주지인 미추홀구 B동자치센터를 찾아가서 동정을 살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눈 B동장이 하는 말은 중구청 관할 A동장과 마찬가지였다. B동장은 필자에게 말했다.

 "어휴 말도 마세요. 동자치센터는 예산이 없어요. 수용비 조금 있는 것 갖고 물품을 사는 예산도 빠듯해요."

 "그래도 도서관도 있는데 도서구입비 예산이 없나요."

 "구청에서 일괄 관리하니까 저희들하고는 무관합니다."

 그는 서류를 복사할 토너나 용지 대금 이외에 여분이 없다고 난색을 보였다. 필자가 각 구청이나 동자치센터를 방문했던 2004년과 2005년만 하더라도 소설책 몇 권 정도는 구입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 다시 동자치센터를 방문한 결과 예산이 없어서 소설책 몇 권을 구입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바뀐 것이다. 필자는 국민들이 예전처럼 책을 많이 보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대다수 국민이 소설책을 예전처럼 선호하지 않는 것을 생각할 때 지엽적이나마 공무원과 지역주민이 독서에 관심을 갖는 등 문학 증진에 귀를 기울여 줄 곳은 지방자치단체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인천시 주관으로 지역사회의 문학증진을 위한 예산을 편성해 줘 각 군·구청 또는 동자치센터가 문학창작교실을 열어서 문예 진흥이 활성화되기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 바란다. 공무원과 주민도 혼연일치가 돼 양질의 도서를 구입하고 접할 수 있는 도서구입비 확보 환경 조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 ; 2004년 장편소설 ‘질경이 꽃 피는 날’로 등단 (도서출판 항암)/ 2018년 대하소설이자 자전 장편소설 ‘세 번의 운명’ 시리즈 6권 발간 / 현 한국문인협회 정책개발위원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