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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진 = 연합뉴스
국민의 건강권 위협과 국가 재정 누수를 일으키는 사무장 병원 등 불법 개설기관을 철폐하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인지역본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 10월 말까지 건보가 전국에서 적발한 사무장 병원 및 면허 대여 약국 등 불법 개설기관은 1천550곳에 달한다. 건보는 해당 기관에 국민 세금으로 지급한 총 2조7천377억 원의 환수 결정을 내렸다. 이는 2018년 한 해 동안 인천시민 전체가 납부한 1년치 보험료와 맞먹는다.

하지만 납세의무자 징수율은 5.97%에 불과한 실정이다. 약 70%가 자신이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사전 재산 은닉 등 방식으로 재산을 처분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문제는 현행 단속체계 한계로 인해 사무장 병원을 적발하고도 형사처벌을 하는 데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사무장 병원과 면허 대여 약국 등 불법 개설기관 여부를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의료기관 운영성과에 대한 귀속 여부다. 이를 확인하려면 자금 흐름을 추적해야 하는데, 현행 권한이 부여된 행정조사는 의료기관이 임의로 제출한 서류 등에 대해서만 검사가 가능하다. 자료의 신빙성이 의심돼도 이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또 행정조사를 거부하면 업무정지 15일, 과태료 200만 원 이하의 처분을 받지만 이를 통해 얻는 이익이 행정조사 거부로 인한 불이익보다 많다 보니 사실상 행정처분이 무의미하다.

경찰의 수사 한계도 따른다. 사무장 병원 등 불법 개설기관의 범행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면서 이를 수사하는 데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돼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다른 수사·형사사건까지 처리해야 하는 경찰 입장에서 불법 개설기관 수사에만 집중할 수 없는 형편이다.

경찰이 불법 개설기관을 수사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1개월이다. 이렇게 수사가 늦어지면서 매년 1천억 원의 진료비가 새어 나가는 것으로 건보는 파악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건보에 특사경 권한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보는 불법 개설기관을 수사할 수 있는 전문인력 200여 명과 이를 사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운영 중이다. 건보는 이러한 강제조사권을 지니면 약 3개월로 수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건보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제출돼 있지만 수개월째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계류된 상태다.

건보 선임전문연구위원인 김준래 변호사는 "사무장 병원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지만 수사기관에 보건의료만 전담하는 인력이 없어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기 힘들다"며 "공단에 특사경이 도입되면 그동안 누적된 경험과 감시시스템을 활용해 수사기간을 단축시켜 사무장 병원을 근절하고 보험재정 누수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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