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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5월이 지나가고 있다. 가정의 달 5월엔 많은 사람들에게 즐겁고 훈훈한 일이 많았을 터이지만 반면에 우울하게 하고 짜증나게 하는 일들도 있었다. 올해 5월엔 유달리 더위가 일찍 찾아와 사람들이 힘들었는데, 이에 더해 일부 사람들과 정치권에서 쏟아낸 말 특히 금년에 39주년을 맞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폄훼 발언들 때문에 국민들이 더 힘들지 않았나 싶다. 주지하다시피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의 내란 및 군사반란에 맞서 광주 시민들이 벌인 의로운 투쟁이다.

 1960년 4·19혁명으로 탄생한 민주정부를 1961년 5·16 군사쿠데타를 통해 무력으로 무너뜨리고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1972년 10월 유신을 통해 영구집권의 기틀을 마련해 위헌적인 긴급조치 등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독재정치를 이어갔는데 이에 대한 민주시민들의 끈질긴 저항이 마침내 1979년 10월 중순 부마항쟁을 촉발시켰고, 이것이 도화선이 돼 10·26사태가 발생했으며, 이를 기화로 전두환 신군부가 실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12·12사태를 일으켰고, 뒤이어 1980년 5·17비상계엄 확대로 불법 집권의 야욕을 노골화하자 광주시민들이 이에 의롭게 맞서 싸운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당시의 상황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군 개입설’ 등 허무맹랑한 주장을 펴면서 이를 확산시키는 일부 사람들이 있는데, 도무지 그들의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당시 상황을 직접 체험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 심히 우려스럽다.

 그런데 이처럼 근거도 없이 허위 주장을 퍼뜨리면서 5·18의 역사적 의미를 왜곡·폄훼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일부 정치권 인사와 공당(公黨)이 동조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심히 실망스럽다.

 심지어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이라고 지칭했다고 하니 아연실색할 일이다. 인간의 선천적 본성인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惻隱之心)’과 ‘부끄러워하는 마음(羞惡之心)’을 지니고 있는지조차 의심된다.

 1993년 5월 13일 민주자유당의 김영삼 대통령은 ‘광주민주화항쟁 특별담화문’을 통해 "광주의 유혈은 이 나라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됐고 오늘의 정부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는 민주정부"라고 천명했다. 또한 전두환·노태우를 내란 및 군사반란 혐의로 단죄하고, 1995년 특별법을 통해 5·18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공식 규정했다. 이에 앞서 1988년 노태우 정부조차 종래 ‘광주사태’로 불리던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명명했다.

 이런 역사적 과정을 거쳐 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39년 전의 진실을 왜곡하는 주장이 활개치고 있는 것은 참 통탄할 일이다. "이제는 말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이제는 말해야 한다." 헬기사격에 관한 증언, 전두환 광주 방문에 관한 증언 등 다수의 5·18 관련 증언과 체험담이 그날의 진실을 생생하게 웅변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여고생으로서 현장 상황을 세세하게 기록한 ‘시사일기’가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는데, 그 일기를 쓴 주소연 씨도 얼마 전 어느 언론 인터뷰에서 전두환 회고록에 담긴 ‘너무나 무례하고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내용’에 대해 분개한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세월호사건 당시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하에서 ‘계엄령 선포’를 계획(준비)했었다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드러났다고 하는데, 참으로 등골이 오싹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또 다른 5·18 유혈진압을 획책했었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권선징악(勸善懲惡)’을 확실히 실천해야 한다. 악을 제대로 징벌하지 않으면 악이 다시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 따라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등 나치 범죄 부인 행위를 처벌하는 유럽 국가들처럼 5·18 왜곡·폄훼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 제정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5·18의 진실을 오롯이 수용하고 화해와 협력의 미래로 나아가자. 소모적 갈등을 해소하고 내년 5월엔 다 함께 경건한 마음으로 5·18 40주년을 맞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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