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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도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최근 우리 사회는 공경과 섬김이 사라져 가정의 달이라는 5월의 이름이 무색해지는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시흥에서는 30대 부부와 네 살, 두 살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렌터카 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문이 닫힌 차량 안에서 번개탄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가족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달 말 의붓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결국 그 손에 짧은 생을 마감한 열두 살 소녀가 세상을 비통하게 했다. 겨우 중학교 1학년이었던 소녀는 계부의 성적 학대와 친부의 폭행에 시달리며 마음 둘 데가 없었다. 어린 마음에 마지막 순간까지 믿었을 친모마저 계부의 손에 무참히 보복살인을 당하도록 방관했던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극단적인 선택과 성적 아동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가장 기본적인 교육 단위인 가정교육의 기초에 두고 있다. 그래서 신록의 계절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건강한 나무에 새싹이 돋듯이 우리 모든 가정에서 천륜을 회복하는 가정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경제위기와 이혼, 가정폭력 등 여러 요인으로 가정 해체는 가속화되고 있다. 가족윤리가 바닥에 떨어져 패륜 범죄들이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으로 떠오른다. 해마다 돌아오는 가정의 달에 우리는 해마다 똑같은 걱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지경에 이르러도, 열두 살 소녀가 친부에게 폭행당하고 계부와 친모 손에서 버려져 아동보호기관에 팽개쳐졌을 때마저 사회는 보호의 손길을 주지 못했다. 건강한 가정 없이 건강한 사회는 있을 수 없다. 사회안전망의 어느 부분에 구멍이 뚫렸기에 제때 작동하지 못하고 참극이 방치되는지 근본적 점검이 절실한 때다. 일찍이 맹자는 천하의 근본은 나라요, 나라의 근본은 가정이라 정의했고, 최근 학자들은 동양윤리의 근본은 수신제가에 있고, 세계 인류의 소망은 가정 회복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교육열이나 대학 진학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가정교육은 과거만 같지 못하다는 평가다. 옛말에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한 것처럼 가정은 최초의 학교이며, 부모는 최초의 스승이다. ‘맹모의 삼천지교(三遷之敎)나 단기지훈(斷機之訓)’은 모두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으며, 여기서 삼천지교란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를 교육시키기 위해 묘지(墓地)·시장(市場)·학교 부근으로 세 번 집을 옮겼다는 고사(故事)에서 나온 말이다. 또한 단기지훈은 아들이 공부해야 할 기간을 채우지 않고 중도에 집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그의 어머니는 짜던 베를 끊어 경계했는데, 이 두 가지 교훈은 오늘날까지 유명한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다.

 그 외에도 초등학교 과정도 이수하지 못한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 링컨 등이 그처럼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가정이 있었고 어머니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론된다. 이에 5월 가정의 달을 보내며 이러한 사회적 현실을 냉정히 되짚어 보고, 뿌리 깊은 나무가 세찬 풍파에 견디며 긴 세월을 이어가듯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다시금 우리의 뿌리를 소중히 받들고, 가꾸어 자손만대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빛과 향기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가정 내 갈등 원인은 빈곤과 결핍에서 시작되며, 이는 곧 가정폭력·아동학대 등의 사회적 범죄로 이어진다. 극단적인 가족 동반자살은 자녀를 부모와 분리된 개인으로 보지 않고 소유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과 가장이 다른 가족의 생명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여기는 가부장주의에 뿌리가 있다. 이와 같은 행위는 자녀들 의사에 반하는 범죄이며, 가정폭력·아동학대 문제로 보고 지자체와 정부에서는 위기가정 아이들을 적극 발굴·보호하고, 건강한 가정유지와 올바른 자녀양육, 아동보호, 세습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인식전환과 여성 일자리 창출, 장·단기 보호를 위한 아동청소년 생활보호시설 확충과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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