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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뉴스를 듣고 있으면 따뜻한 이야기보다는 험악한 이야기가 더 많아서 불안하게 만들고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느끼게 한다. 청년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뉴스, 경제가 좋지 않다는 소식 등 별 반가운 소식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반가운 소식이든 반갑지 않은 뉴스든 요즘은 모든 것을 수량화해서 나온 결과치를 비교한다. 경제적인 수준이나 취업률 등은 물론이고 세상의 좋은 감정과 좋지 않은 감정까지도 모두 질문해 얼마나 삶에 만족하는지, 우울해 하는지 혹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질문해 지역적으로 비교하고 연령별로도 비교하고 국가 간에도 비교를 한다.

 오늘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우울 정도를 측정한 결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하게 느끼는 연령대와 가장 불행하게 보이는 연령대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조사하는 지역사회 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 인지율은 60대 이상이 가장 적게 받고 있으며 30대 연령층이 가장 높게 인지하고 있다. 30대 연령층이 역할도 다양하고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요인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나이가 들면 역할 부담이 줄어들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으로 보인다. 직장에서 눈치보고 가정에서도 남편과 아내에게 적응해야 하고 아이 양육에도 양쪽 부모에게도 신경 써야 하고 여러 군데에 다양하게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하는 세대가 30대이다.

 그런데 우울 경험률은 다른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우울 경험률은 나이가 많을수록 높은 기록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령이 낮아질수록 우울 경험은 낮아지고 있는데 서울이나 인천에서 2017년 기록으로 보면 19세에서 29세 사이의 연령층이 높은 우울 경험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5년 이후로 가장 낮았던 20대 우울 경험률이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것으로 보아 지금을 살아가는 20대가 삶에 대한 불안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동시에 연령이 높은 노인들이 남은 삶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30대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높았는데 우울 경험률은 낮은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 두 가지가 상반된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스트레스가 높으면 우울을 느낄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살짝 든다. 살면서 스트레스도 싫고 우울 경험도 하지 않고 싶은데 그 적정선이 40대와 50대로 보인다. 이 연령대는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위치에 있어서 스트레스도 덜 받고 우울 경험도 낮은 것으로 기록되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 결과로 봤을 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하게 느끼고 있는 연령대는 40대와 50대인 것이다. 사회생활과 가정이 적절하게 안정적인 연령이면서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 연령대이다.

 그러면 반대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행하게 보이는 연령대는 어디일까? 우울 경험률이 가장 높은 노인들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율은 2016년 46.7%로 OECD 국가 평균의 약 3배보다 조금 더 높다. 노인에게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경제적인 요인이다. 식비, 피복비, 주거비, 난방비의 기본적인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노인이 적으며 이에 대한 걱정이 삶에 대한 우울감으로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서 질병은 늘어가는데 건강도 보장이 되지 않으면서 경제적으로도 어려우니 세상살이가 가장 어려운 계층이 노인계층이다. 그나마 기초연금 수령이 시작되면서 숨통이 조금 트이게 된 것이다.

 다음이 우울 경험이 증가하고 있는 청년층이다. 이 사회를 더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노인의 우울 경험률보다 청년의 우울이라고 본다. 청년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남은 날들이 희망이 있어야 하는 사회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트레스와 우울 측정치로 봤을 때 청년층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오히려 우울한 것보다는 그 연령대에 알맞은 것처럼 보인다. 이 측정치로 볼 때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청년 우울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대안이 시행돼야 대한민국의 희망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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