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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마음 열고 함께 어울리는 ‘소통채널’ 더 많아지길

김상배 주민운영위 위원장·이영수 노인회장 인터뷰

장원석 기자 stone@kihoilbo.co.kr 2019년 06월 03일 월요일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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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신 강화군청 도시개발과장과 김상배 주민협의체 위원장, 이영수 노인회장이 지난 4월 26일 남산마을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전국의 도시재생 우수 사례를 탐방하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충주·대구·수원 할 것 없이 여기저기 둘러보고 공부하고 있어요. 첫 단추를 잘 꿰야죠."

 김상배(66)남산마을 주민운영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마을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뒤 초반 운영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주민들을 이끌 마땅한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그때 주민들은 자연스레 마을의 든든한 일꾼인 이장 김 씨를 떠올렸다.

 "이장을 맡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위원장이 됐어요. 처음엔 당연히 마을의 어르신인 노인회장님께서 맡아 주셨으면 했죠. 그런데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셔서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려면 이장이 일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들이 오갔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사업의 한 주축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그런데 제가 뭘 알겠어요. 일단 시작하고 봤죠. 아는 게 없으니 전국의 우수 사례를 직접 눈으로 들여다보고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주민들께서 많이들 도와 주셔서 힘도 납니다."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웠던 그에게 동료들도 생겼다. 지난 1월 40여 명의 주민회원과 11명의 임원으로 운영위원회가 구성돼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착실히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총회에서 사업분과를 8개로 나눠 위원회를 구성했어요. 사업을 제대로 하나하나 짚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봤어요.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는 주민이 직접 활동할 수 있도록 운영위원회가 개편된 겁니다. 처음에는 주민 10명 정도가 모여 회의를 시작했었거든요. 이제는 40명 가까이 모이니 자연스레 분위기가 살고 활력이 느껴집니다. 사업 방향도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이제는 어느 정도 틀이 보이네요. 하지만 거창하지 않게 기본에 충실하려고 해요. 우리 마을은 쓰레기 처리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낡은 동네라서 기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주민들이 힘들어 하세요."

 남산마을에는 공식적인 쓰레기 배출 장소가 없다. 그러다 보니 일반·음식물쓰레기 구분 없이 골목길에 내놓는다. 이것을 개와 고양이가 먹는다. 바람에 날려 미관을 해치기도 한다. 어떤 양심 없는 이들은 트럭에 쓰레기를 싣고 와 마을 어귀에 버리고 가기도 한다.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가 많아 이를 잡아내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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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배 주민운영위 위원장
 좁고 울퉁불통한 골목길도 손봐야 한다. 노인인구가 많기 때문에 안전사고 우려도 크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소한 문제 때문에 새로운 인구 유입도 어렵다고 봤다. 주민위원회는 이 같은 기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마을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최종적 목표도 있지만 주민이 살기 좋은 마을이 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쓰레기, 골목길, 진입로 등 거주환경의 문제가 먼저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강화읍 관청1리에서 태어나 남산마을로 이주한 지 32년이 됐다. 공업사를 생업으로 운영하고 있어 시내 접근성이 좋은 곳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게다가 그가 다루는 철 구조물은 넓은 터가 있어야 한다. 그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곳이 남산마을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을의 장점은 딜레마가 됐다. 버스터미널 등 시내 중심부에 개발이 집중되다 보니 오히려 그에 조금 떨어진 마을은 개발에서 소외됐다. 주민들은 이곳을 ‘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닌 곳’이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가장 잘 되는 장사가 원룸 장사예요. 중심부와 가까운데 방값은 싸기 때문이죠. 하지만 머물다 가는 곳이지 정착하는 곳이 아닙니다. 젊은이들도 경제적인 장점에서 우리 마을에 들어왔다가 금세 떠나죠. 낙후된 동네니까요. 젊은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영수(77)노인회장이 거들었다. "1970년대 여기는 강화에서 오토바이가 가장 많은 곳이었어. 전국적으로도 손꼽을 수 있을 거야 아마. 방직공장, 인삼판매장, 우시장들이 있어서 오가는 사람들이 무지무지 많았거든. 자동차가 귀하던 시절이니까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어. 지금은 죽은 동네가 돼서 아쉬워. 마을이 변해야 해. 주민이 쓸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하고, 주민이 필요한 것을 만들어 주고. 내가 늙었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생활과 거주도 변해야 하지 않나 싶어. 그래서 내가 당구장도 제안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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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수 노인회장
 이 회장은 노인들의 전유물이라고 일컬어지는 게이트볼의 단점을 보고 당구장을 떠올렸다. 남산마을에는 없는 게이트볼장을 이용하려고 다른 마을로 가면 텃세가 있다고 했다. 떨어진 근력에 비해 힘쓰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당구장이다. 움직임이 적고 마을 노인들 중 즐기는 이가 많아 자연스러운 주민 커뮤니티 장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장년층과도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다. 이렇게 위원장과 노인회장 등 사업을 이끄는 이들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에 비중을 두고 있다. 주민들의 반응도 좋다. 등본 주소지는 남산마을이지만 타지에 나가 살고 있는 이들도 모임에 찾아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이 마을 주민들의 유대관계를 재생시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업을 통해 막내의 위치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농담을 던졌다. 다른 도시재생 대상지와 달리 이제 막 기틀을 잡아가는 마을에 대한 관심도 부탁했다. "60대 중반인 내가 실질적인 마을의 막내예요. 막내를 벗어나 궂은 일도 떨쳐 버리고 싶다는 게 아니라 마을이 젊어졌으면 좋겠네요. 먼 얘기가 되겠지만 젊은이들이 마을에 자리잡고 함께 화합했으면 해요. 우리 동네가 양지발라서 꽃이 많거든요. 어르신들이 꽃을 가꾸면서 차를 만들어 팔자는 의견도 있고요. 주민 단합이 우선이겠죠. 식당이고 카페고, 농산물 판매장이고 마을의 꿈을 펼치려면요. 주거환경 개선이 먼저지만 획기적인 마을의 변화나 수익 창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운영위원회가 꾸려진 남산마을입니다. 도시재생사업 대상지 중에서도 막내겠네요. 우리 마을을 응원해 주시고,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장원석 기자 stone@kihoilbo.co.kr

  사진=노희동 객원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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