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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마을 주민들이 도시재생 주체로 현장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축하하고 있다. <강화군 제공>
강화군 남산마을이 도시재생을 통해 역사문화마을로 재탄생한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국비 130억 원과 지방비, 민간투자 등 총 360억여 원을 들여 고려 ‘충절의 역사’를 간직한 역사문화마을로 거듭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강화 남산지구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강화읍 남산리 213-2 일원 9만998㎡의 터를 삶이 넘치는 마을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다. 마을 서측으로는 수난의 역사를 고스란히 갖고 있는 강화산성이 자리하고 있다. 북쪽으로는 강화대로가, 반경 2㎞ 이내에 강화군청, 강화여객터미널, 강화풍물시장, 강화문화원 등이 있다.

 남산마을은 350여 가구에 664명이 살고 있다. 이 중 65세 고령자가 229명으로 34.4%에 달한다. 마을 내 185동의 건축물 중 17동(9.2%)이 빈집으로 남아 있고 전체 건물 중 40년 이상이 26.5%, 30년 이상 40년 미만이 23.8%, 20년 이상 30년 미만이 18.9%를 차지할 정도로 노후도가 심한 상태여서 생활 여건이 열악하다.

▲ 주거 정비가 필요한 남산마을 골목길.
 한때 남산마을은 강화 방직산업의 핵심지역으로 사회·경제적으로 부흥기를 누렸다. 하지만 산업구조의 변화로 1990년대부터 인구가 줄어들고, 김포 한강신도시 등 수도권 신도시 개발로 인구 유출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고령인구의 비중이 높아 활기를 점점 잃어 가고 있는 상태다.

 특히 남산마을은 인근 신문리에서 진행 중인 ‘새시장마을 새뜰사업’이나 ‘강화 신문·새시장지구 마을정비형 공공주택사업’ 등 강화 도시재생 사업지역에 포함되지 않아 주민들의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곳 상인들 역시 강화풍물시장이 주변에 있는데도 상권이 발달하지 않아 지역경제 활성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화군은 2017년부터 일부 주민들과 함께 소규모 도시재생 공모사업 추진을 통해 도시재생사업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남산1리 개발위원회와 노인회·부녀회 등 주민자생조직과 상인들로 구성된 남산1리 상인협의체 등과 함께 사업 추진에 본격 나섰다.

 주민들과 상인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군은 지난해 10월 도시재생 선도지역 지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그해 12월 남산마을은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돼 사업 추진의 신호탄을 쐈다.

 군은 주민과 상인,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과거 남산마을이 고려 말 조선 개국을 반대하는 아홉 충신이 벼슬을 버리고 살았던 곳이라는 역사성을 되살려 고려 충절의 역사를 간직한 남산마을을 도시재생의 키워드로 잡았다.

▲ 남성 전용 노인회관을 보듯 주민 커뮤니티 공간 확충이 시급하다.
# 지역 현안을 도약대로

 남산마을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곳은 개량조차 힘든 노후 주택이 많고, 전체 건축물의 약 10%는 단열이 되지 않는 슬레이트 지붕 구조로 돼 있다. 마을 내 골목은 차량이 다니지 못할 정도로 비좁고, 공영주차장도 없어 주민들은 물론 외지 사람들의 차량으로 불법 주정차 문제가 마을의 골칫거리가 된 지 꽤 오래다. 강화산성 등 관광지가 지근거리에 있는데도 공용화장실이나 관광안내소는 없는 상태다. 그나마 지역에서 오래된 구신골 우물터도 폐쇄돼 활용가능한 역사·문화 콘텐츠도 거의 전무한 것이 남산마을의 현주소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데 기회로 작용하는 요인도 여러 가지가 존재했다. 비교적 저렴한 토지 가격과 건물 매입비는 저비용 고효율의 사업을 추진하는 데 유리한 장점이 되고 있다.    특히 강화나들길 15코스 고려궁 성곽길의 시작인 강화산성 남문을 통해 역사문화 관광자원을 활용할 수도 있다. 고려 충절의 상징인 구신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마을로 돌릴 수 있는 잠재적 콘텐츠이기도 하다.

▲ 남산리 거점공간이 될 도시재생 어울림센터 조감도.
# 역사문화마을로 변신 꿈꾸는 강화 남산마을

 강화군과 주민들은 이 같은 마을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남산마을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군은 효율적인 도시재생사업 추진을 위해 주거복지 실현·도시활력 회복·사회통합 등 3가지 유형에 주거지원사업·생활인프라 조성·지역특성화 사업·지역 역량 강화의 4개 항목을 구성하고 각 분류에 적합한 사업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다.

 먼저 주거지원사업에는 노후 주거지 환경 개선을 통한 안심 보금자리 구축 차원에서 노후 주택 개선사업과 자율주택 정비사업을 진행한다. 생활인프라 조성을 위해 옛 보건소 부지에 주민 거점공간인 도시재생 어울림센터를 만든다. 센터는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30면의 주차장이 들어서고, 마을 식당과 특산물판매장 등 수익 창출 공간과 마을관리협동조합, 주민회의실, 공동빨래방, 마을사진관 등의 커뮤니티시설도 들어선다.

 여기에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생활형 SOC 조성사업으로 소규모 쉼터 3곳, 공영주차장 4개소, 생활밀착형 노인여가시설 증축 및 리모델링, 소규모 공중화장실, 쓰레기 거점 배출시스템 6곳 조성사업도 추진한다.

 마을 지역특성화 사업도 추진한다. 관광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비롯해 구신골 우물을 복원하고, 달빛공원과 부조고개 옛길을 만든다. 부조고개 옛길은 담장 정비와 함께 타일벽화가 설치되고, 달빛공원에는 야외공연장과 노인들을 위한 게이트볼장도 들어선다.

▲ 야외 공연장과 게이트볼장이 들어설 달빛공원 조감도.
# 강화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사례로

 도시재생의 성공은 단순히 나열된 사업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강화군은 우선 현장중심형 조직체계를 활용해 도시재생사업의 실제적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남산리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도시재생추진단, 인천시 도시재생팀이 함께 공동 평가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업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사업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과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지속가능한 사업성과 관리를 위해 사업 추진 주체를 중심으로 사업평가단을 구성하고, 도시재생 평가지표들을 중점적으로 측정해 성과를 관리한다. 아울러 현장지원센터의 지역활동가와 코디네이터, 도시재생대학 등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연차별 성과관리 방안을 수립하겠다는 목표다.

 신동철 강화군 뉴딜사업 팀장은 "지속적인 민 의수렴으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방지하고, 주민협의체를 중심으로 한 의사결정을 진행할 것"이라며 "주민이 중심이 되는 도시재생사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태안 인천시 도시재생건설국장은 "민선7기는 원도심과 신도심의 균형발전을 위해 시장 직속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두고 활동 중"이라며 "폭넓은 민관 거버넌스를 운영해 주민이 참여하는 소규모 마을재생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이 주인인 인천형 도시재생을 통해 남산마을의 역사와 문화, 주민의 바람이 담긴 마을재생이 이뤄지도록 지혜를 모으겠다"고 덧붙였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사진=노희동 객원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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