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저소득층이 많이 모여 사는 시흥시 정왕동 지역의 주거환경이 극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맞벌이부부 가정이 많고 방과 후 활동 기회가 적은 어린이들이 장시간 집 안에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곰팡이는 물론 해충까지 적지 않아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시흥시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지난해 8월부터 ‘정왕지역(정왕본동·정왕1동·정왕3동) 아동 주거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진행, 지난 4월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2일 이 자료를 보면 불법으로 내부 구조를 변경한 다가구 원룸주택이 밀집한 정왕동 지역의 경우 주거면적이 40㎡ 이하인 가구 비율이 52.3%에 달한다. 시 전체 가구의 주거면적 40㎡ 이하 비율 30.8%보다 훨씬 높다.

 이 지역 525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추운 겨울 실내 온도가 적절히 유지되지 않는 가구가 27.2%에 달하고, 상당수 가구가 작거나 적은 창문으로 인해 채광이 덜 되면서 집 안 냄새 및 습기, 곰팡이 발생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은 경제적 여건 때문에 어린이들이 방과 후 활동 등을 자주 못 해 하루 평균 16.3시간을 집 안에서 보내는 상황에서 바퀴벌레 등 해충과 쥐 등이 수시로 나오고 주변 환경도 열악,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응답 가구의 31.8%는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어린 자녀들에게 질병이 발생한 적이 있다고 했고, 7.8%는 집 안팎에서 아동의 각종 안전사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74.9%가 월세로 사는 상황에서 건물 소유주들이 주택 수리에 미온적이어서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홀몸노인 가구는 오랫동안 방치한 음식으로 인한 식중독 위험 가능성도 지적됐다.

 이에 따라 정왕지역 아동 및 홀몸노인 등의 건강 보호를 위해 이 지역 주거환경 개선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이 지역을 중심으로 주거취약계층 밀집지역에 대한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정왕동 지역의 경우 오래전부터 불법적인 주택 구조변경이 이뤄지면서 원룸 형태의 주택이 많이 늘었다"며 "이들 주택의 주거환경이 열악하지만 당장 불법 주택에 대한 원상 복구 등 행정조치에 나설 경우 거주자들이 오갈 곳이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사업을 통해 이들 지역의 주거환경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왕본동과 정왕1∼4동 일대에는 올 4월 말 기준 시흥시 거주 외국인 및 외국 국적 동포 5만4천166명 중 86.6%인 4만6천912명이 거주하고 있다.

시흥=이옥철 기자 ocle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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