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29일 한국인 관광객 33명과 헝가리인 선장·승무원 등 35명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 아래로 침몰했다. 갑자기 방향을 튼 크루즈급 ‘바이킹시긴’호에 두 차례 추돌 당한 뒤 순식간에 전복됐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승객 대부분은 빠른 유속 탓에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한국인 탑승객 7명이 구조되고 7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나머지 21명은 실종 상태다. 유람선에는 경기도민(안양 2명·군포 1명·용인 1명·광명 1명) 5명과 인천시민(미추홀 4명·계양 1명) 5명도 함께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은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온전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어온 소식을 종합해보면 인재(人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계속된 강우로 강물 수위가 높아진데다 사고 당일에도 비가 내리며, 강풍과 유속이 거세지는 등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70년 넘은 노후 선박을 무리하게 운항했던 선사 측의 과실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사고를 일으킨 ‘바이킹시긴’호의 운항 기록도 조사해야 할 부분이다. 아직까지는 선장의 주의 소홀 때문인지, 사고 지점의 특이 지형이나 빠른 유속 때문인지 분명치 않다. 하지만 위성항법장치가 갖춰져 있었고, 추돌 후 구조활동을 하지 않았던 점은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헝가리 경찰도 ‘선장의 태만과 부주의 혐의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구명조끼 미착용도 짚어봐야 할 문제다. 구명조끼가 정상적으로 비치돼 있었고, 탑승 후 착용 안내를 받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패키지 투어를 주관한 여행사 측은 "여행객들이 실내에 있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유람선에서 굳이 실내외로 구분해 구명조끼를 탈착용할 수 있도록 한 조치가 올바른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결국 어떠한 경우든 근본적 해법은 높은 수준의 안전매뉴얼과 이에 대한 준수로 요약된다. 여행사와 현지업체는 여행 동선을 안전매뉴얼에 따라 운영하고, 여행객은 이를 엄수하며, 정부는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하는 게 그것이다. 헝가리 유람선 사고는 이러한 과정의 중요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