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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권홍 원광대학교 교수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트램 열풍이 불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트램이 다니는 곳을 다녀온 관광객들이 그 아름다움에 빠져 트램에 대한 긍정적인 면이 더 강조되고 있다. 트램은 많은 장점이 있다. 버스, 승용차 위주의 도시에 멋스러운 트램 전동차가 달리게 되면 도시의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또한,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달리는 내연기관을 전기를 사용하는 트램으로 전환하게 되면 도로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 물질이 감소된다. 트램은 철로를 달리는 전철과 구조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차량보다 운행 효율성도 높고, 차량 자체의 내구성도 길다. 50년 이상 심지어 거의 100년 가까이 달리는 트램들이 있다. 그러면서도 경량 철로를 사용하고 기존 도로 위에 건설되기 때문에 건설비가 적게 들어가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이 강조되면서 트램의 단점과 그 단점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도시의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트램은 무엇이 문제일까. 트램은 상당히 시끄럽다. 낮에 관광으로 트램을 타고 다니다 보면 소음을 느끼지 못하거나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트램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밤이나 조용한 시간에 트램 소음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 궤도와 차량 바퀴의 충돌로 인한 마찰음은 상당히 멀리까지 크게 울린다. 트램 노선으로부터 30m 이상 떨어진 집 안에서도 조용한 아침과 저녁 시간 동안에는 흔들림과 마찰음이 크게 느껴진다. 동요 속에 나오는 기찻길 옆 오막살이 ‘칙칙폭폭’ 수준의 아름다운 낭만을 넘어 고통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보고서들은 트램의 소음 수준이 낮다고 한다. 하지만 저주파의 규칙적 진동과 마찰음은 그렇게 쉽게 간과할 수준의 환경 문제가 아니다. 트램은 교통정체를 해소하겠다는 목적으로 건설하지만 사실은 교통정체의 주범이다. 트램이 별도의 중앙차선으로 구분돼 달린다면 모를까, 버스나 승용차와 도로를 공유해야 한다면 출퇴근 시간의 교통정체는 심각해진다.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과 함께 우측 차로를 사용한다면 버스와의 선후 관계, 불법 주정차 문제로 인해 상황은 더 꼬인다. 교통문화가 아직은 선진적이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트램은 교통사고의 새로운 원인이 될 수 있다. 트램은 도로 위의 전철이기 때문에 트램이 서면 모든 차량들이 정차해야 한다. 그러나 트램에 따른 교통질서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뒤따르던 차량이 정차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

 또 한 가지 우려는 이륜차들이다. 배달의 민족으로 표현되는 우리나라는 엄청난 수의 이륜자동차들이 폭주족 수준으로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비가 오는 날, 아침·저녁으로 궤도면에 습기가 앉은 날은 이륜자동차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의 표현처럼 ‘트램을 교통체증을 감소시킬 수 있는 친환경 도시형 교통수단’으로 정의하기 곤란하다. 오히려 교통체증이 증가되는 소음 유발형 교통수단이 돼 버릴 수도 있다. 트램에 사용되는 전기의 친환경성 여부는 따지지도 않겠다. 기왕 송도에 트램이 들어서야 한다면, 인천 전체와 송도의 교통 연계성을 고려하면서 전철을 근간으로 트램과 버스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

 인천 지하철 1호선은 주어진 노선이다. 여기에 트램을 송도 내부의 교통수단으로 운행한다면 송도의 100년을 바라보면서 친환경성, 안전, 소음 등의 문제까지 반영해 추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존 버스노선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트램의 경제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곳, 즉 이미 버스가 많이 다니는 곳을 노선으로 정해야 하니 말이다. 송도를 처음 설계할 때부터 트램을 포함한 전체적인 대중 교통체계를 구축, 시행했어야 하는데, 도시가 성숙된 단계에서 트램을 추진하다 보니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을 반영할 수밖에 없게 됐다.

 청사진처럼 사업이 진행되지 못할 우려가 크다. 세계에서 가장 긴 트램을 가진 도시가 호주의 멜버른이다. 2017년 기준 250㎞의 2차선 궤도, 24개 노선, 1천700개가 넘은 정거장이 있다. 멜버른 시내 내부에서는 모든 트램이 무료인데, 그 중 100년이 넘은 고철 같은 트램들도 관광객들을 태우고 달리고 있다. 하지만 낭만과 함께 시민들은 많은 불편을 제기하고 있다. 송도에서는 트램의 좋은 점만 말하지 말고 그 이면의 아픔도 같이 보면서 대안까지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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