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탁이 죽은 이후 왕윤은 새 정권을 세우고 백성들을 위로했다. 이때 과거 동탁을 좌우에서 받들었던 이각과 곽사 등 장수들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표문을 올려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니 사면령을 내려주면 충성을 바치겠다고 청원서를 올렸다.

 왕윤이 대로하여 소리쳤다. "동탁의 죄악은 바로 그놈들이 도운지라 가능했다. 놈들을 용서해주기보다는 모조리 잡아서 능지처참해야 한다." 이에 이곽과 곽사 등은 도망칠 준비를 하는데 모사 가후가 말렸다. "여러분이 뿔뿔이 흩어져 달아난다면 일개 정장(亭長 : 파출소장)이라도 힘 안 들이고 여러분을 잡아 결박 지을 거요. 그러니 모든 병력을 모아 장안성으로 쳐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동탁의 원수를 갚을 수 있다면 조정을 받들어 천하를 바로잡고, 만일 이기지 못하면 그때 달아나도 늦지 않을 것이오." 가후의 말에 용기를 얻은 이각과 곽사 등이 병력을 모아 장안성을 공격하고 왕윤 등을 죽인 참사가 이래서 벌어진다.

 요즘 정치판의 막말을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먹히면 좋고, 먹히지 않으면 그때 봐서 물러나면 된다는 식의 천박한 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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