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다. 어려운 시절 주민들이 삼삼오오 좌판을 깔고 시작해 지역 특색에 맞게 자리잡기까지 삶의 애환과 추억이 서려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의 유입으로 쇠퇴의 기로에 서기도 했지만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북부지역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의정부제일시장의 경우 지역색과 역사성을 간직한 채 최근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나가는 등 전통시장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본보는 의정부제일시장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옛 추억을 넘어 한층 젊어지고 있는 전통시장의 모습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 의정부제일시장이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 ‘서민들의 애환과 삶이 묻어나는 곳’

 경기북부지역의 대표적 전통시장으로 꼽히는 의정부제일시장(의정부시 태평로 73번길 20)은 한국전쟁 이후인 1954년 의정부역을 중심으로 피란민들이 간단한 채소와 밑반찬거리 등을 팔며 형성됐다. 당시 의정부 제1공설시장조합으로 출발, 1976년 4월 상가번영회가 생기는 등 사단법인으로 출범해 지금의 모습을 이어오고 있다.

 규모는 지하 1층·지상 3층, 매장면적 1만491㎡에 총 357개 점포와 243개 노점을 갖췄다. 의정부시내 중심지에 위치해 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이 수월하고, 350여 대를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마련돼 있다.

 일일 이용자 수는 1만5천여 명으로 인근 동두천·포천·양주와 서울북부권에서도 찾는 대규모 시장이다.

 경기북부지역 특성상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와 군인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 볼 수 있고, 의정부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장을 보거나 친구·연인과 골목골목을 돌아다닌 추억이 깃들어 있다.

 1990년대 들어 프랜차이즈 식당과 옷가게 등 현대 점포들이 주변에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평일에도 떡볶이와 순대 등 먹거리를 찾는 학생과 청년들, 반찬거리를 사러 오는 주부, 노인들까지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지는 활기가 계속되고 있다.

#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이 공존하는 전통시장’

 제일시장은 이용객들의 보다 편리한 동선을 위해 출입구를 기준으로 가·나·다·라동으로 구별되는 십자로 거리를 조성했다. 가동과 라동은 브랜드 의류 및 한복, 나동과 다동은 식품 및 방앗간, 잡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수많은 점포에서 고객들을 반기는 우렁찬 상인들의 목소리 등 사람 사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내부 시설은 과거의 시장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 새 먹거리 개발을 위한 품평회 모습.
 시장 중심부에서 주차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로 동선이 보다 편리해졌고 쾌적한 아케이드와 조명,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점포별 간판 등으로 깔끔한 이미지를 갖춘 지 오래다. 초기 서너 곳에 불과하던 식료품 및 반찬가게도 수십 개로 늘어나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그 사이에서도 맛집으로 소문난 점포들은 ‘단골집’으로서 손님을 반긴다.

 시장 중심부 장터마당에서는 각종 문화예술 공연이 수시로 열리며 상인, 관광객·주민들 간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전통시장 내 ‘열린문화공간’을 마련해 매일 민요·노래교실, 공예, 청소년 체험 프로젝트 등 상인은 물론 주민 대상 다양한 문화체험교육도 실시 중이다.

#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통해 젊은 고객층을 겨냥하라

 제일시장은 기성세대를 제외한 주요 소비층인 1980~2000년대 초반 소비자가 유입되지 않는 기존 전통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특화상품 및 스토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의정부시 상권활성화재단과 함께 의정부를 대표하는 신먹거리 상품으로 부대찌개를 활용한 ‘부대로케’, ‘부대번스’ 등을 개발 중이다.

 여기에 젊은 층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지난 3월 말 ‘릴레이 공연’을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시장 중앙무대에서 어쿠스틱 기타와 가요, 힙합댄스, 경기민요, 대금 연주, 전통가요, 벨리댄스 공연 등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 최신 소비트렌드를 반영한 배달 서비스.
 특히 보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젊은이들은 물론 다양한 연령층의 발걸음을 이끌기 위해 6월부터 야시장도 연다. ‘제일 맛있는, 제일 가까운 야시장’이라는 뜻의 ‘제제 야시장’은 현재 중년층의 청소년 시절 베스트셀러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이름인 ‘제제’에서 착안했다. 시장 내 다동과 라동 사이에서 오후 6시 30분부터 11시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젊은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종류의 먹거리를 판매하며 신규 고객을 유입시킨다는 구상으로, 먹거리 등 17대의 판매대와 이동식 판매대 17대를 사용하고 지역 청년들에게 공연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상백 제일시장 상가번영회장은 "추억을 되새기거나 익숙함에 찾아오는 중장년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직장인과 학생 등 젊은이들도 흥미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제일시장만의 개성을 살리는 것은 물론 최신 소비 트렌드도 꾸준히 접목시켜 보다 젊고 활기 넘치는 시장으로 변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의정부=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사진=의정부제일시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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