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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시인
지난 4일 조현병 환자가 당진∼대전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을 하며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숨진 예비신부의 사연이 알려지자 듣는 사람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뿐만 아니라 4월에도 진주의 한 아파트에 방화를 하고 흉기를 휘둘러 21명의 사상자를 발생케 하는 등 정신질환자의 사고가 잇따르자 국민들은 날마다 불안에 떨고 있다.

 최근 들어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세를 보이며 강력 범죄로 진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조현병 환자들의 관리 및 치료 시스템 부재, 인권 문제, 예산상 문제가 그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분명, 국가와 지방정부는 ‘정신질환자의 치료·재활 및 장애 극복과 사회복귀 촉진을 위한 연구·조사와 예방·지도·상담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표와 연관된 정책에만 신경 쓸 뿐 공공의료는 항상 후순위다.

 그런 가운데 지난 5월 7일 폐원한 경기도립정신병원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에 객관적 입장에서 몇 가지 정리해 보기로 한다.

 경기도립 정신병원은 1981년에 제정된 ‘경기도립정신병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에 의거 1982년 설립됐으며 운영과정은 의료법인 용인병원유지재단에서 부지(3천218㎡)를 30년간 무상임대로 제공하고 경기도에서 건축비 4억3천만 원을 지원해 주며 재단에서는 정신과 전문의사 및 정신보건간호사 등 의료진을 확보 수탁 운영하는 조건이었다.

 따라서 1982년부터 2019년 5월 7일까지 위·수탁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연장 협약 계약에 의거 37년간 용인병원 유지재단에서 운영해 왔다.

 수탁 운영 과정에서 용인병원유지재단에서는 환자 수요가 늘어나자 1993년 병원재단 부담으로 3억1천만 원을 투입 4층을 증축해 경기도에 기부채납했으며, 경기도에서는 병원이 노후화되자 시설 개선비로 2004년 4억800만 원, 2009년 12억3천만 원 등 건축비 포함 총20억6천800만 원을 투입한 것이 전부다. 결국 경기도는 도내 정신질환자를 위한 공공의료원을 37년간 건축비 및 대수선비 약 20여억 원으로 운영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경기도에서 부담할 수수료와 적자 운영 비용을 민간 의료법인에 떠넘긴 모양새가 된 것이다.

 경기도가 직접 운영하는 도립의료원의 경우 적자가 발생할 경우 공공성을 내세워 예산을 투입 보존해 주는 것과 대조적인 것이다. 사실 경기도립정신병원의 운영 형태는 공공의료의 목적도 있겠지만 구조적으로도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이유는 서울시립정신병원의 경우 위·수탁을 체결할 때 보험환자와 수급환자(생활보호대상자) 비율을 30% 대 70%이지만 경기도의 경우는 20% 대 80%로서 그 적자폭을 가중시켰다.(수급환자 진료비는 보험환자의 약 60%임) 더군다나 경기도 소유로 돼 있는 건물 및 시설 노후화로 보험환자 유치가 어려워서 그 적자폭은 가중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방의원들은 이러한 세부적 내용은 간과한 채, 마치 수탁기관이었던 용인병원유지재단이 특혜를 받으며 위·수탁 협약 체결을 연장한 것처럼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하여는 용인병원유지재단은 분명 억울하다. 그간 적자로 인해 수회에 걸쳐 수탁 포기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결국 관철되지 않아 공익적 차원에서 그리고 을의 입장에서 연간 3억~4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며 떠맡아 온 것이다. 그 증거로 금번 도립정신병원 수탁자 모집공고에서 재공고까지 냈음에도 여기에 응모한 의료법인은 하나도 없었다.

 특히 도립의료원마저 적자를 이유로 나서질 않다가 적자 보전을 해 주는 조건으로 이번 추경에 6개월간 수탁수수료 명목으로 13억여 원의 예산이 책정되자 운영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민간 의료법인은 사적영역이다. 그럼에도 용인병원 유지재단은 재단 예산으로 적자를 메워 가며 경기도립정신병원을 예산 지원 없이 37년간 성실하게 운영해 왔다. 표창을 못 줄망정 공(功)을 과(過)로 변질시키는 행위,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닌지 묻고 싶다. 도민은 역시 갑이 될 수 없고 을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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