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버금가는 인천 서구의 붉은색 수돗물 사태는 인천시가 얼마나 무능한지를 스스로 만천하에 드러낸 행정참사라고 할 수 있다. 붉은색 수돗물 사태가 일주일째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주민들을 우롱하듯 쏟아지고 있다. 그 사이 주민들은 씻고 마실 물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고, 아이들이나 노인 등 노약자들의 건강을 우려해 친정이나 시댁, 친구들 집으로 때 아닌 피난을 보내는 실정이다. 마셔도 문제 없다는 인천시 당국자의 말을 믿은 일부 주민은 그 물을 마셨다 복통과 피부 발진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지금 서구는 전쟁터나 다름없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돗물 공포는 이제 서구를 넘어 인천 전체로 퍼지는 모양새다. 다른 지역에서도 붉은색 수돗물이 검출된 것은 아니지만 수돗물이 오염됐다는 신고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마시는 수돗물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서 나온 것이지만 예사롭지 않다. 실제 사고발생 6일째인 지난 4일 하루에만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에 접수된 수돗물 불편민원이 113건이나 접수됐다고 한다. 서구지역에서 접수된 민원이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대부분 서구가 아닌 남동구와 중구 등 타 지역에서 제기됐다는 점에서 절로 탄식이 나온다. 영종주민들은 며칠 전부터 오염된 수돗물이 나온다며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사진과 사례들을 공유하고 있고 다른 지역 주민들도 불안감에 둘 셋만 모이면 수돗물 얘기다.

 상황이 이렇지만 인천시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인천시가 재난에 버금가는 사태에 대비한 기본 매뉴얼도 갖추지 못한데다 부실과 늑장대응으로 사태를 더 키우는 등 허둥지둥대는 모습으로 비상상황에 대한 무능을 그대로 드러냈다. 물은 생명이다. 생명인 물이 오염됐다면 사회가 정상적으로 버틸 수가 없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이번 수돗물 사태를 계기로 공직사회에서 나타난 문제가 무엇인지 총체적으로 되짚어보고 수술할 부분이 있다면 속도를 내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시민의 바람일 것이다. 깨끗한 물을 지키는 일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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