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방직 노동조합 사건의 가장 큰 의미는 당시 사회 밑바닥이었던 여성들이 ‘우리도 사람이다’고 외쳤다는 것이다. 한 세상 살면서 ‘나도 사람이다’고 한 번쯤 외쳐봤으니 괜찮네요."

최연봉(64) 동일방직 복직추진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17일 최 위원장 등 20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에서 2명을 빼고 18명에게 1천200만~3천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중앙정보부 등을 통해 동일방직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해고 노동자들의 리스트를 관리해 재취업을 어렵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고 노동자들이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1978년 4월 1일 동일방직 노조원 124명이 해고된 지 꼭 41년 만에 이룬 결실이다.

최 위원장은 "가슴에 엉킨 한과 설움이 풀어지려면 진심 어린 사과가 있어야 하고, 진실·화해 과거사정리위원회도 국가가 우리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며 ""하지만 아직도 국가와 회사는 사과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동일방직 해고노동자들의 또 다른 소원은 회사에서 떳떳하게 ‘사표’를 써 보는 것이다.

회사에서 똥물을 뒤집어 쓰고 쫓겨난 여성 노동자들은 ‘빨갱이 년’ 등의 악담을 들어가며 반평생을 살아왔다. 보따리를 들고 여기저기 일자리를 찾아 다녔다. 그러나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그들을 받아주는 곳은 거의 없었고, 취업을 해도 쫓겨 나기 일쑤였다. 단 하루라도 동일방직에 복직해 일하고 떳떳하게 사표를 내고 떠나는 게 이들의 명예회복이다.

그는 "그동안 동일방직 사건에 많은 분들이 지지하고 함께 해줬다"며 "국가 폭력에 대한 배상까지 받으니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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